“확진자 몇호 사는지 알려달라”…타워팰리스도 ‘불안’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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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30일 0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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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엘리베이터에 붙은 ‘해외 입국자 준수 사항’. © 뉴스1
타워팰리스 엘리베이터에 붙은 ‘해외 입국자 준수 사항’. © 뉴스1
“너 지금 마스크 쓰고 있어? 마스크 쓰고 나간 거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 박상준씨(가명·38)는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3시16분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함께 사는 어머니의 전화였다. 박씨의 모친은 그에게 ‘마스크 착용 여부’부터 물었다.

타워팰리스 입주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언론 보도에 앞서 주민들에게 알려진 직후였다. 등산 중이던 박씨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서둘어 산에서 내려왔다.

그는 “내려오는 내내 불안감을 느꼈다”며 “혹시 모를 생각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 자기격리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0일 강남구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타워팰리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가운데 최소 1명은 유학생이다. 총 2590세대가 사는 타워팰리스 건물에는 주말 동안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던 시민들은 “확진자가 도대체 누구래” “우리 이렇게 다녀도 되는 거야” “회사에 알려야 하나”며 수군거렸다. 스마트폰 뉴스에서는 “타워팰리스도 코로나19에 뚫렸다”는 긴급 뉴스를 전하고 있다.

주민들은 로비 안내 데스크 직원들에게 “확진자가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데스크 직원은 “개인신상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주민들의 나들이 발길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추상회화 작품이 걸린 로비는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워팰리스 엘리베이터에는 ‘해외 입국자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었다. ‘미국과 유럽 등 지역에서 온 유학생 및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타워팰리스에는 유학생과 그들의 가족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다.

도곡동을 비롯한 강남구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으로 비상에 걸렸다. 확진자 대부분 강남에 집을 둔 유학생이나 그들의 가족이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학생이 머물던 해외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한 데 따른 결과다.

미국에서 돌아온 유학생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고도 모친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가 거센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강남구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잖게 발생했다. 이후 대구·경북지역 중심으로 감염세가 퍼지다가 유학생들의 귀국과 함께 강남구는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됐다.

타워팰리스 주민 A씨(여·61)는 “딸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영국에 머물고 있는데 너무 걱정돼 매일 통화하고 있다”며 “딸이 잠시라도 귀국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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