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2018년 4월 1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들과 어린이들이 서울시장 광장에서 아동공약 발표회를 갖고 정치권을 향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재단은 시도지사 후보들에게 등하교 버스 노선 확대를 비롯한 공약을 선정해 발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올해 72주년을 맞는 비영리단체(NPO)로 한국의 아동복지역사를 선도하는 전문 조직이다. 아동복지사업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아동 권익 보호 및 강화에 필요한 환경 개선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선거공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이 없어서 공약 결정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아동들을 위해 진행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약을 정당 및 후보자들에게 전달하는 한편 공약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기다.
재단은 다음달 15일 실시될 21대 국회의원선거에도 아동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선 2017∼2019년 약 2만 명의 아동 목소리를 모아 만든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 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정당 및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아동정책공약은 △아동 놀 권리 보장 △안전한 통학로 구축 △아동폭력예방시스템 강화 △아동주거복지 실현 △학생중심 학교 조성 등 5대 분야에 걸쳐 18개 정책, 53개 세부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모두 아동 권익 보호 실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저출산 문제와 기후환경변화와 관련한 아이들의 메시지도 담아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맘편히 놀 수 있는 공간 만들어 주세요”
재단은 2015년 아동의 목소리를 담아 놀 권리에 대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국 1600여 개의 놀이터가 영문도 모른 채 이용금지 안내문과 봉쇄 테이프로 잠기게 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라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용이 금지됐다. 재단은 ‘놀이터를 지키자’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4만 6000여 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냄으로써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 후 2017년부터 ‘어디든 놀이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전라남도 교육청, 경기도, 경상북도 교육청, 광주광역시 및 5개 기초자치단체, 부산광역시 및 부산광역시교육청 등이 놀 권리 증진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재단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놀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9개 아동옹호센터를 중심으로 학교 내 유휴 공간과 지역사회 공간에 참여형 놀이터 12개를 조성하는 등 놀 권리 영역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학교까지 안전하게… 통학로 만들어 주세요”
재단은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으로 ‘그린로드 대장정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과 같은 ‘어린이생명법안’이 다시 필요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시한폭탄과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통학로 교통사고, 불법 주정차, 유해물 등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성과도 적잖다. 지난해 6월에 ‘제주특별자치도 어린이 통학로 교통 안전을 위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의 공포와 시행, 지난해 9월에 ‘창원시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 제정을 각각 이끌어냈다.
재단은 아동폭력 예방과 근절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8년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공분을 일으켰던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란 특례법’이 개정됐고, 아동(13세 미만)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특히 올해 12월로 예정된 조두순의 출소와 웰컴투비디오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재단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권고한 아동폭력에 대한 이행을 위해 향후 관련 단체와 협력을 통한 정책 등의 변화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지난해 재단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아동주거환경 개선과 관련해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한 일이다. 재단은 2017년부터 아동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동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성장기에 경험하는 우울증과 분노, 과잉행동 등은 성인이 된 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주거권보장을 위한 ‘집다운 집으로 캠페인’을 통해 아동주거빈곤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연구와 전문가 토론, 실태조사 등을 이어갔다. 경기 시흥시 정왕지역에선 아동주거환경개선 네트워크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청년과 신혼부부에 가려졌던 아동 주거권 보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0월 정부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포용사회 구현을 위한 주거 대책에서 아동 주거권 보장이 포함된 것이다.
재단은 5대 공약 이외에도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요 이슈인 저출산과 환경 문제 해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저출산 문제는 절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태어날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단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똑똑! 나가도 될까요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도 좋고,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캠페인의 핵심이다.
■ “깨끗한 하늘을 돌려주세요”
환경 훼손 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깨끗한 하늘을 돌려주세요’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캠페인을 올해 4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재단의 모든 직원들이 아동이 제시한 의견 하나하나가 아동옹호사업으로 결실을 맺고,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Child First) 막중한 사명감으로 전국 50여 개 사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