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주요 대형학원이 현장 강의를 다시 진행하면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주요 공무원, 대학입시 준비 학원은 지난 몇 주간의 휴원을 끝내고 현장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2월24일 교육부의 휴원 권고가 떨어진 이후 개원과 휴원을 반복한 학원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학부모·학생의 수업 요청이 쇄도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속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학원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자체적인 방역 노력도 엿보였다. 대부분의 학원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수강생 개인위생에 신경을 썼다.
A학원에선 강의실에서 한 자리씩 띄어앉도록 ‘착석불가 안내문’을 한 자리 건너 붙여 놓기도 했고 B학원에선 수업을 할 때도 학생과 강사에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
C학원에선 마스크가 없으면 안내데스크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엘리베이터에선 통화와 대화 자체를 제한하기도 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한 수강생은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긴 한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시험준비가 더 다급하다”며 “수업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기본적인 위생 수칙은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종합학원 관계자는 “방역비용은 학원이 자체적으로 댄다. 종합학원은 터졌다 하면 손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방역을 여느 곳보다 철저히 한다”며 “학원 문을 열지 않아도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학원의 경우 정부의 휴원권고 방침이 나온 이후 학교가 개학할 때까지 무기한 휴원에 나서거나 온라인으로 수업방식을 바꾼 곳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시 문을 여는 학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서울 시내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16.94%(4274곳)에 불과하다. 17일 25.25%(6371곳)에 비해 8.31%포인트 떨어졌다. 13일만 해도 휴원율은 42.1%(1만627곳)에 달했다.
휴원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최근 학원강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자 ‘학원발’ 감염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재차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도봉구에 따르면 눈높이러닝센터 신동아학원 강사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수강생 200여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다.
서울 강남과 신촌지점에 출강하던 김영편입학원 소속 영어 강사도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학원은 4월10일까지 휴원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며 감염예방 측면에서는 휴원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교가 여태껏 개학을 미뤄왔던 이유는 개학을 할 경우 학교내 감염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학원 역시 기본적으로 감염이 일어나는 패턴과 위험도는 같다. 학원의 휴원 문제도 학교의 개학연기와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학생들이 마스크 착용을 잘해도 100% 감염을 막을수는 없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서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생 수와 수업시간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사회 전 분야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학원이라고 예외는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무작정 휴원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가 휴원하는 영세학원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과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학원은 방역비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 주지 않는 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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