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건 국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확실히 꺾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내수경기 침체와 시민들의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15일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면 이른바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외출 자제 등 봉쇄식 방역 대신 조금씩 일상생활을 하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감염을 차단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세계적 확산세가 유례없이 가파르고 해외 유입과 집단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는 감염을 다시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해외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증가세다. 2일 0시 기준 확진된 입국자는 전날보다 41명 늘어난 601명이다. 이번 주 들어서도 하루 40∼60명씩 늘고 있다. 1일 일일 신규 확진자(89명) 중 해외 감염자는 약 40%(36명)를 차지한다. 그러나 입국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 31일 각각 6428명, 6948명이던 입국자는 1일 7558명으로 늘었다.
1일부터 전체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 자가 격리가 시작됐지만 위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2일까지 전국에서 52명의 자가 격리 위반자가 적발됐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찰과 합동으로 불시 점검을 하고 있지만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기준 전국 자가 격리자는 총 2만3768명에 달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만민중앙성결교회, 경기 의정부성모병원 등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2일 “국제 상황과 국내에서도 소규모의 집단 감염, 해외 입국자 확진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현재로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상당히 있다”고 했다. 정부는 곧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을 위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아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는 “국제 상황에 따른 해외 확진자 유입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환자가 병원, 요양병원, 교회 등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좀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다가 생활방역으로 바뀌는 순간 국민들에게 사태가 종식됐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후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 위해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거리 두기의 방식과 수위를 두고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자문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생활방역의 전제는 물리적 거리 두기라는 의견이다. 생활방역이 시작되면 국민들이 비대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상을 맞아야 한다는 것. 반면 정부는 일정 부분 거리 두기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대면식 활동을 유지하는 사회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