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가을 재유행’, ‘피하기 어려운 감염폭발’ 등 감염 확산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나온다.
이에 따라 이미 2주 연장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미 유럽의 경우 다수의 국가가 수능 시험 격인 대입고사, 고교졸업시험 등을 취소하며 과제와 학업성취도 평가 등으로 대체했다. 다만 사상 초유로 수능을 취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수능과 연계된 정시 입학 전형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장미셸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바칼로레아를 교과활동과 과제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칼로레아는 지난 1808년부터 200년간 대입자격시험으로 우리나라의 수능 격에 해당하며 논술 시험으로 치러진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커지자 프랑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오는 6월로 예정된 시험을 취소하고 대체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오는 5월 수능 격인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모든 교육 시설을 폐쇄해왔다. 네덜란드 졸업 시험은 수능과 달리 합격과 불합격으로만 나뉘지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에서 합격 통지를 받아야만 한다.
영국 또한 올해 모든 초·둥증 시험을 취소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GCSE)과 수능에 해당하는 A레벨 시험 등이 포함된다. 독일 또한 수능에 해당하는 아비투어(Abitur) 시험 취소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이미 취소했다.
세계 각국이 수능 시험을 연이어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11월19일 예정된 시험을 12월3일로 2주 연기했다. 1993년 처음 실시된 수능이 12월에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은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2005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 등이다.
다만 이들 국가의 시험이 5~6월에 치러져 12월로 수능이 예정된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오는 가을에 한차례 더 유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추후 상황에 따라 추가 연기 혹은 취소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인구집단 면역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예방접종밖에 없는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려면 1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감염병의 특성상 가을철에 ‘대유행’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어 병상, 의료장비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호흡기질환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유행이 잦아들기 때문에, 여름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도 가을에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스페인 독감을 예로 들며, 1918년 스페인독감의 경우 봄의 1차 유행보다 그해 가을철에 다섯배 더 큰 2차 유행이 온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전 단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어느 순간 확 늘어날 수 있다며 ‘감염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확진자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로부터 수도권발 감염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2주 연장했지만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고 있고, 현재의 누적 확진자 수와 일일 신규 확진자 수 등 집계 수치가 의미 없다고도 헀다.
실제로 중앙재난안정대책본부는 이날 통계청과 SK텔레콤 고객 모바일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인 이동량을 파악한 결과, 3월초 이동량 1015만건 최저점을 찍은후 이달초에는 1353만건까지 33.3% 늘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발표했지만 당국의 권고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온 셈이다.
가을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12월에 치러지는 수능 또한 추후 추가 조정을 거칠 수 있다. 개학이 한 달 이상 늦어진 점에 반해 수능은 2주만 연기됐고, 전날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하긴 했지만 ‘온라인 개학’에 불과해 수능을 2주보다 더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지난달 25~27일 전국 교원 1만6034명 대상으로 수능 연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 ‘3주 이상 연기 및 2021학년도에 한해서 대학 입학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38.8%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학생의 대입 전형 자료로 쓰이는 것이고, (수능 취소는) 그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취소할 수는 없다”라며 “대입 안정성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리 사전 예고를 하는 것이기에 갑작스럽게 취소하기도 힘들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보고 적어도 올해 한시적으로 수시모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 입시 일정 조정 계획을 살펴볼 때 고3 학생에게 수능 연기나 난이도 조절보다는 수시모집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사 일정이 연기된 고3 수험생에게는 재수생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어 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포항 지진 사태를 계기로 천재지변으로 수능이 연기되면 대학입학전형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추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잡히지 않을 경우 교육부장관 승인에 따라 대입 전형 일정과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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