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코미디언의 죽음, 연예인들의 감염 발표, 의료붕괴 위기…도쿄는 지금 ‘혼란’ 그 자체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부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일본 열도에선 ‘이미 너무 늦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8일 산케이,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감염이 집중 확산되고 있는 Δ도쿄도 Δ사이타마현 Δ지바현 Δ가나가와현 Δ오사카부 Δ효고현 Δ후쿠오카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8일 0시부터 효력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시행 기간은 약 1개월로, 황금연휴가 끝나는 5월6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초유의 긴급사태를 언급한 아베 총리의 발표처럼 긴급사태 효력 지역인 일본 도쿄도에 사는 일본인 A씨(38·여)가 전한 도쿄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다.
A씨는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70)씨의 죽음 등으로 불안 증세가 극에 달했다”며 “고령자 시설, 졸업식,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도쿄, 오사카를 중심으로 의료붕괴 위기에 처했다. 나 자신도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는데 휴교 공지가 말이 바뀌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긴급사태에 대해서 A씨는 “아직 자세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모든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라며 초조함을 내비쳤다.
A씨는 가구당 천 마스크 2개를 나눠준다는 아베 정부의 정책에 대해 “별 소용이 없다는 소리가 많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우리 식구만 5명으로, 2개로는 소용없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일본에서는 꽃가루 때문에 평소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지만 이번엔 특히 마스크를 구하기 너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매일 아침 약국 앞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고 인터넷에서는 고액 사재기, 사기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단속 강화가 늦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현장에 마스크가 추가로 전해진다면 우리도 참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는 한국인 B씨(27)도 “지인들도 실제로 아베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며 “요즘은 약국, 편의점 등에 마스크, 손 소독제는 물량이 없어 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인터넷에서는 정가의 2~3배 정도 가격에 ‘중국산’ 마스크를 팔고 있는데, 그마저도 언제 배송이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A씨, B씨는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럽보다 일본의 감염 확산이 늦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감염대책, 경제 보상 등 모든 움직임이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 현금 30만엔을 지원한다는 안은 소득이 50% 감소한 가구에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린다”고 꼬집었다.
아베 정권의 긴급사태 선포에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A씨는 “긴급사태 선언이 발표됐지만,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외출을 금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유럽에서도 외출 금지에도 불구, 사람들이 참다 참다 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일본엔 5월 골든위크가 있다. 사람들이 그 시간이라면 한 달을 참다 쏟아질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B씨는 “확실히 올림픽 연기 결정이 이뤄진 뒤 코로나 확진자, 코로나에 대한 소식이 많아졌고, 정부 정책도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분명 한국이 일본보다 코로나19 시작부터 지금까지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전날 오전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3906명으로 전세계 29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선 중국(8만1740명), 한국(1만331명), 인도(4067명)에 이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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