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해외 입국자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주춤하는 사이 확진 환자는 물론이고 자가 격리자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이기 때문이다.
8일 현재 부산에서는 17일째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은 ‘0’이다. 대신 해외 입국 확진 환자는 20명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퇴원해 현재 입원 중인 해외 입국자는 17명으로 부산 전체 입원자 25명 중 68%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전체 확진 환자 122명의 16.3%가 해외 입국자인 셈이다.
이들의 해외 입국 경로는 9명이 유럽으로 가장 많고, 8명은 미국, 나머지는 남미와 동남아, 일본이 각각 1명씩이다. 이 가운데 15명은 내국인이며,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 2명, 스위스인 1명, 독일인 1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이다.
자가 격리자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부산에서는 집단 감염이 절정이던 지난달 2일 자가 격리자가 2490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달 3월 21일에는 140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대유행) 선언 이후 해외에 나갔던 유학생과 교환학생, 해외 근로자, 외국인 등이 밀려들면서 자가 격리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 격리 조치가 시행된 것도 한 이유다.
부산의 자가 격리자는 지난달 29일 581명에서 1일 1045명으로 배 가까이, 6일에는 252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에는 2788명, 8일에는 2972명으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엎고 있는 것이다. 8일 자가 격리자 가운데 지역사회 감염 접촉자는 전일에 비해 43명이 늘어난 405명(13.6%), 해외 입국자는 153명이 늘어난 2567명(86.4%)이다. 이 중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해외 입국자 261명에 대해 7일 검사가 진행됐다. 부산시 보건당국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일부 해외 입국자들의 돌발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도 문제다.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의식하지 않는 일탈된 행동이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유학 중인 부산 동래구의 A 씨(18)는 입국과정에서 해열제 20여 알을 복용한 뒤 미국 공항의 발열 체크와 인천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해 방역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는 입국 후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역학조사반에게 해열제 복용사실을 털어 놓았다.
6일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고속철도(KTX)로 부산역에 도착한 B 씨(51)는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 입소를 거부하다 24시간만인 7일 오후 5시경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지난달 30일 필리핀에서 입국한 부산 중구의 C 씨(40)와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부산진구의 D 씨(65), 캐나다에서 입국한 부산 해운대구의 E 씨(67) 등은 자가 격리를 위반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부산시는 자가 격리자 수용을 위해 호텔을 전용 공간으로 지정하고 불시검문을 위한 별도 점검반을 가동하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해외 입국자 임시 격리시설인 부산 북구 부산인재개발원(38실) 외에 부산역 근처 라마다앙코르 호텔(50실)을 추가로 지정했다. 또 기존의 김해공항과 부산항여객터미널 외에 부산역에도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부산시 공무원과 경찰로 구성된 16개 반 48명의 현장점검반도 꾸렸다. 점검반은 매일 5~10개소를 불시에 방문해 자가 격리 상황을 확인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자가 격리시설을 이탈하면 경찰은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제로’를 발동해 이탈자의 신변을 확인하고, 구·군은 즉시 고발조치한다. 또 자가 격리자 전담 공무원을 기존 3140명에서 4225명으로 늘렸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해외 입국자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의 극복여부가 달려있을 정도”라며 “자가 격리자는 규칙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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