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4번 확진자, 지난달 27~28일 유흥업소 근무
지침 따라 28일 이후 동선만 공개…중요동선 제외
강남구 역학조사 과정서 직업을 '프리랜서'라 말해
박원순 "접촉자 118명, 전원 자가격리 조치후 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강남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동선을 거짓으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확진자 동선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종업원의 거짓진술은 서울시민 다수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국내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도 해당 종업원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판하면서 “역학조사를 방해할 경우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강남구에 따르면 종업원 A(36·여)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구체적인 동선을 강남구에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A씨는 전날인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지인과 지난달 26일 접촉했으며, 29일부터 증상이 있어 스스로 자가격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1일 강남구보건소를 방문해 검체검사를 받은 결과 2일 오전 최종 양성판정을 받았다.
해당 확진자의 동선은 당시 질본의 지침에 따라 최초증상 발현일(지난달 29일)보다 하루 전일 지난달 28일부터 공개됐다. 그는 28~31일에는 자택에서만 생활했다고 설명했으며 이후 이달 1일 오후 4시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오전 4시14분까지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질본 지침에 따라 지난달 28일 동선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밝혔어야 함에도 유흥업소 근무 사실을 숨긴 것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금은 관련 지침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최초 증상 발현일 하루 전까지만 동선공개가 됐다”며 “해당 동선도 확진자의 구술에 근거해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8일 오후2시10분 브리핑에서 “(강남 유흥업소 확진자가)일단은 진술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받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 부본부장은 특히 A씨의 역학조사 과정에 대해 “일단은 진술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받은 상황”이라며 “역학조사를 철저히 기해야 한다는 점을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누차 강조,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거짓을 진술하거나 거짓자료를 제출 또는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한다든지 은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감염병예방법령에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젊은이들 가운데 우리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무분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종업원은 강남구에 자신의 직업을 ‘프리랜서’라고 진술한 점도 유흥업소 근무 사실을 숨기는 데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확진자의 동선, 개인정보 등은 확진자 구술에 근거해 조사된다. 특히 직업의 경우 납세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확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게 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무원, 경찰 등 공무원이나 세금내역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학생이나 무직자 등은 직업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확진자 역시 구술을 통해 직업을 특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종업원이 강남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은 확진판정 후 5일이 지난 후에야 인지하게 돼 집단감염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해당 유흥업소 관련 접촉자만 100명을 넘어선다.
박 시장은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고 현재 총 118명이 접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18명은 전원 자가격리 하고 전수검사를 실시 중이다. 현재 검사한 18명은 음성으로 나왔다. 직원, 손님, 룸메이트 등 모두 포함해 118명”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