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집이어야 하나요, 카페에서 수업 들어요”…온라인 개학 첫 날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9일 14시 18분


9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중3·고3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으며 오는 16일에는 중·고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개학을,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개학할 예정이다. © News1
9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중3·고3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으며 오는 16일에는 중·고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개학을,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개학할 예정이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도중에 종종 벌어지는 인터넷 끊김 현상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다.

학생들은 주로 거실이나 방에서 PC를 켜놓고 수업을 들었지만 집에서 공부하기가 힘든 학생들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9일 오전 8시50분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부산진여고에서는 고3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각자 수업 여건에 가장 적합한 교실을 선택해 온라인 수업 1교시를 시작했다. 교실에는 마이크와 펜마우스, 액정 태블릿 등이 설치됐다.

마이크를 켠 교사들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출석을 체크했고 칠판 판서대신 MS 팀즈 프로그램과 펜마우스를 이용해 요점 내용을 적어나갔다.

이날 태블릿 PC와 프로그램 사용이 익숙지 않아 접속이 늦어 지각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학생들 모두 수업 시작 5~10분 전에 모두 출석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장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퀴즈를 냈고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학생들에게는 “하트를 날려드립니다”라면서 마치 인터넷 방송을 하듯 농담을 던져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진구 당감동의 한 아파트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한 구나영(17) 고3 학생은 “2교시까지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고 반 친구들도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중간에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끊기는 현상은 있지만 선생님께 다시 말해달라고 마이크로 말씀드리면 놓친 부분부터 다시 이야기 해주신다”고 말했다.

또 “교실에서 수업할 때보다 사진이나 PPT 같은 시청각 자료도 풍부하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되는 것 같고 온라인 수업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들도 보고 싶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는 게 더 재밌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 1교시에 융합과학 과목 수업을 진행한 조경민 부산진여고 물리교사(31)가 수업 도중에 “이쯤에서 다들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해볼까요” 라고 말을 건네면서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통해 ‘네’ ‘기억나요’ 라는 대답으로 호응했다.

통신 여건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 도중에 나타나는 끊김 현상은 차츰 보완해 나가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조씨는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목소리가 중간에 끊겼다고 이야기한 학생들이 있었다”며 “노트북에 개인 태블릿을 연결해서 사용하려 했는데 과부하가 걸려 순간 화면이 나오지 않아 다시 연결을 해제하고 노트북에 수업자료를 바로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콘텐츠 개발과 학생들과의 소통 방식을 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시간 이상 장시간 PC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씨는 “제일 걱정한 것이 아이들이 수업 화면만 틀어놓고 다른 개인 행동을 해도 체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퀴즈를 중간중간에 던졌는데 잘 따라와 준 것 같은데 학생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수업 콘텐츠가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업 내내 PC나 스마트폰을 잡고 있어야 하니 교사가 수업하는 어려움 보다 듣는 학생들의 어려움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개학이 급하게 이뤄지다보니 교사들도 수업 연구가 더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4층 교실에 자리잡은 임효진 영어과목 교사(36·여)는 노트북 화면에 켜진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물으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출석한 학생들 가운데는 집에서 공부하기 힘든 여건 탓에 카페에서 온라인 수업을 접속한 학생도 있었다.

임 교사는 “마이크가 꺼지거나 아이들이 소리가 잘 안들려 혼란이 올까봐 걱정했는데 수업해보니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됐다”며 “모의테스트를 하면서 무선 인터넷을 보완하고 프로그램 기능을 연습한 것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1교시 영어수업에는 태블릿 PC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5분 지각한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반 정원 22명 모두 무지각으로 출석했다.

부산진여고는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화상 원격수업에 능숙한 교사와 학교장, 교감을 포함한 TF팀을 만들었고 지난 2일부터는 모의테스트와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사 전체 연수도 실시했다.

박정석 부산진여고 교장은 “3월 말부터 회의를 거듭 진행하면서 수업 플랫폼을 선정하고 틴즈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교사를 섭외해 전체 연수를 진행했다”며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틴즈 프로그램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밤 늦게까지 아이들 계정을 일일이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노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음주부터는 고1 개학도 시작되는데 입학식도 못한 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게되는 셈”이라며 “학생들이 수업 참여에 무리가 없도록 계속해서 보완해가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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