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만423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39명. 4일 연속 50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대유행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주말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4·15총선 직전인 이번 주말 선거운동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기온도 오를 것으로 예보돼 막바지 봄꽃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부활절(12일)을 맞아 종교시설의 현장 예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히려) 지금 시기가 ‘조용한 전파’의 시기가 아닌가 긴장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 또는 선거과정에서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 ‘거리 두기’와 거리 먼 선거운동
7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 앞 도로.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A 씨가 유세차량 위에서 마스크를 벗고 “꼭 뽑아 달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유세차량을 내려온 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 서 있던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손을 움켜잡았다. 후보와 시민들 모두 맨손이었다. 근처에는 10여 명의 선거운동원이 다닥다닥 붙은 채 서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맨손 접촉을 하는 걸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동아일보 기자들이 7, 8일 서울의 선거운동 현장을 둘러본 결과 방역당국이 호소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 또 다른 지역구 후보 B 씨는 유세 내내 마스크를 쓰고 벗기를 반복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K-방역(한국 방역)은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홍보사진을 찍는 운동원이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서야 다시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1분 만에 다시 벗고 지지 호소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서 본 후보 대다수는 스스럼없이 시민과 손을 맞잡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선거운동은 특히 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여러 사람과 맨손으로 악수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 일부 후보는 주먹을 부딪치는 ‘주먹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안전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주먹 악수보다 눈인사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행위도 위험하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불필요하게 마스크를 쓰고 벗으면 오염된 표면을 만지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
11, 12일은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 될 전망이다. 아침과 낮 기온 모두 주중보다 오를 전망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7.3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았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벚꽃은 예년보다 2주일가량 앞당겨져 지난달 27일부터 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지역은 다음 주 중반이면 벚꽃이 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주말인 4, 5일 전국의 벚꽃 명소들은 상춘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동통신사 기지국 정보로 분석한 결과 인구이동량이 4일 1354만 건으로 직전 주말인 지난달 28일(1302만 건)보다 4%가량 증가했다. 2월 마지막 주말인 29일(1014만 건)과 비교하면 30%나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서로 주변의 차량 및 시민 통행제한 조치를 연장할 방침이다. 당초 영등포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년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열던 여의도벚꽃축제를 취소한 데 이어 주변 도로 및 보도를 각각 11일과 10일까지 폐쇄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도 지난 주말에 이어 돌아오는 주말에도 양재천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12일 부활절을 맞아 대부분의 가톨릭 교구들과 대형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온라인 예배를 진행할 여건이 안 되는 일부 중소 교회들은 현장예배를 열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5일 예배를 개최한 교회는 1914곳으로 지난달 29일(1817곳)보다 97곳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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