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의 움직임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기술의 전자카메라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장치는 기존보다 원자의 운동을 3배 이상 빠르면서 100배 이상 밝게 관측할 수 있어 향후 물성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연구원 정영욱 박사팀이 개발한 이 전자카메라는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로 32펨토초(10-15초·천조 분의 일초)의 시간분해능을 갖고 있어 세계에서 원자와 분자의 운동을 가장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원자의 움직임은 보통 펨토초에서 피코초(10-12초·일조 분의 일 초) 단위로 매우 짧은 순간 일어나며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이러한 반응을 포착할 수 있다. 정지영상으로 물질의 분자구조만 측정이 가능한 전자현미경과 달리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분자 속 원자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어 분자구조의 운동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기존에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가 보유한 초고속 전자회절장치가 100펨토초의 시간분해능을 가지는 것에 비하면 이번에 연구원에서 개발한 장치는 이 보다 3배 더 빠른 원자의 움직임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원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측정할수록 밝기가 점점 더 어두워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는 미국 SLAC 장치보다 약 100배 더 밝게 관측할 수 있어 분자 구조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잡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전자회절장치가 속도와 밝기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는 것은 ‘90도 휨’ 형태의 독창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직선형 구조 전자회절장치 구조에서는 전자를 모으기 어렵고 적은 양의 전자를 쏘면 밝기가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원은 전자들이 발생한 후 90도를 돌아 나와 시료에 도달하는 90도 휨 구조를 고안해 밝기 문제를 해결했다.
원자력연구원 이기태 박사는 “90도를 돌아 나오는 과정에는 여러개의 레인을 통해 원자들이 서로 밀쳐내지 않도록 하고 시료에 도달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모두 모이도록 했다”며 “그 결과 속도와 밝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고 레이저펄스와 전자빔이 분자에 도달하는 시간의 불규칙성을 의미하는 ‘시간흔들림(jitter)’ 문제도 원천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 성과로 초고속 분자구조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이르면 2021년부터 해당 장치를 많은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 국내 관련 분야의 연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광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4월호에 게재됐으며 세계적인 석학 미국 UCLA의 무스메치(Pietro Muscumeci) 교수는 이번 호 해석기고를 통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빠른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는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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