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입국후 거주지-전화 거짓 신고… 하루 두번 사우나 들렀다가 붙잡혀
서울 27건 등 격리위반 속출
경찰, 감염 위험성-다수 접촉 등 6개 구속영장신청 기준 제시
10일 미국에서 입국해 자가 격리 지침에 따르지 않고 여러 차례 무단이탈한 6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가 격리를 어겨 구속 영장이 신청된 건 처음이다. 지난달 말부터 자가 격리 위반에 ‘코드제로(긴급출동)’를 적용해 온 경찰은 복귀 명령 불응 등 6가지 기준을 적용해 더욱 엄중하게 위반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된 A 씨(68)는 입국 당시부터 미심쩍은 행동을 했다. 한국 국적인 그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011로 시작하는 옛날 전화번호를 댔다. 검역소 직원이 이를 문제 삼자 고령인 데다 “서울에 가서 바로 새로 개통하겠다”고 약속해 입국을 허용했다고 한다.
A 씨는 다음 날 곧장 자가 격리를 어기고 송파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11일 오후부터 사우나 등을 방문했다. 결국 지인의 신고를 받은 송파구청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긴급 출동한 경찰이 검체검사를 한 뒤 귀가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자가 격리를 어겼다. 결국 A 씨는 오후 7시 35분경 다시 방문한 같은 사우나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번엔 사우나에서 “아까 붙잡혔던 고객이 또 왔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송파구는 12일 A 씨를 고발했다.
경찰은 13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자가 격리 위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기준도 함께 내놓았다. △높은 감염 위험성(유증상자 등) △다수인 접촉(다중이용시설 이용) △은폐·거짓 진술(동선 속이기) △반복성 △복귀 명령 불응 △행정 행위 방해 등 6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위반 사례에 따라 경중을 가리되, 자가 격리를 더욱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음성 판정을 받은 A 씨는 감염 위험성을 제외한 5가지 기준에 해당한다.
A 씨는 주거지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구속영장 신청에 영향을 끼쳤다. 송파구 등에 따르면 A 씨는 자가 격리 대상자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A 씨는 입국 절차를 밟을 때 엉뚱한 주소를 거주지로 적었다고 한다. 처음 경찰이 긴급 출동했을 때 자신의 거주지를 미국에 가기 전에 머물렀던 고시원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경찰 확인 결과 해당 고시원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자가 격리 위반자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현재까지 서울에서만 자가 격리 위반이 27건에 이른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는 집단감염 우려를 낳았던 유흥업소 ‘ㅋㅋ&트렌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돼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30대 여성이 적발됐다. 이 여성은 11일 새벽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에 놔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보건당국에 “잠시 뭘 사러 나갔다 왔다”며 스스로 위반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이 여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검토하고 있다.
부천시에선 헝가리에서 체류하다 6일 입국한 20대 형제 등 3명이 자가 격리를 어겼다. 이들은 7일 무단 외출하고 방역당국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6일 서울 노원구에선 동남아에서 입국한 20대 남성이 무단 외출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녀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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