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누가 먼저? 천문학적 ‘쩐의 전쟁’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14일 08시 55분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2020.2.28/뉴스1 © News1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2020.2.28/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 때에 성공적으로 신약을 내놓을 기업은 많지 않다.

14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투자 규모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물질 스크리닝을 거쳐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도 판매승인을 받을 확률은 9.6%로 10개 중 1개도 안된다. 심지어 임상3상까지 완료한 후에도 승인을 못받을 확률이 거의 15%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리뷰스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Δ실패 시 비용, Δ승인 후 발생되는 추가 연구비용, 그리고 Δ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최저 4300만달러(약 521억원)에서 최고 29억달러(약 3조5162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장 진입이 어렵지만 일단 품목허가를 받은 다음엔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약의 경우 일정기간 특허권을 인정받아 시장에서 독점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다.

‘휴미라(성분 아달리무맙)’는 지난해 유럽 특허 만료 전까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바이오의약품 최고 블록버스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특허만료후 삼성 바이오에피스와 화이자 등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로 현재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반면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옵디보(성분 니볼루맙)’나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경우아직 특허만료까지 8년 이상 남아있어 그때까지 복제약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신약 개발이 완료돼 규제기관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도 끝난 게 아니다. 경쟁사들이 앞서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라면, 경쟁사와 치열한 판매 대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특허 만료를 앞둔 항생제 ‘팩티브(성분 제미플록사신)’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팩티브는 199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 2003년 국내 신약사상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해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 연 1000억원 이상 매출이 예상됐으나 경쟁 제품이 많아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진 못했다.

◇국내 R&D 비용, 아직 다국적제약사에 못 미쳐…3000억 vs 11조

신약개발은 위험이 높은 업계 특성상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늘려왔으나 아직은 다국적제약사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지출한 기업을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다. 이중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1285억원 중 연구개발에만 3000억원을 넘게 투자해 연구개발 비용이 전체 매출의 4분의1이 넘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렘시마의 개발을 위해 10년동안 20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램시마는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품목허가 획득에 이어 2016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도 획득하며 전 세계 주요 의약품 시장해 진출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만 1억6800만달러(약 2037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 대형 다국적제약사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개발 중인 길리어드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은 91억600만달러(약 11조410억원)다. 로슈는 123억달러(약 14조9137억원)를 지출했고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를 출시한 MSD는 98억7200만달러(약 11조9698억원)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했다.

신약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워낙 작다보니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에 실패할 경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다른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파이프라인 수 또한 국내 기업들보단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이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꾸준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며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해 신역개발 역량을 키우는수 밖에 없을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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