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지하철 1호선이 또”…이젠 출근길이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4일 17시 00분


90년대 지하철 1호선엔 ‘푸시맨’(Push Man)이 있었다. 제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찬 ‘지옥철’ 승객들을 꾹꾹 밀어줬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하철 1호선은 수도권과 서울을 잇는 줄기이며 서민들의 귀중한 발이 되어주고 있다.

연극 ‘지하철 1호선’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처럼 그 곳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차를 타고 직장이나 학교로 향한 뒤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지하철이고 사용량도 많은 만큼 늘 고장과 연착 빈도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14일 오전 지하철 1호선 탈선 사고가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철로에서 한국철도 관계자들이 선로 복구 및 탈선 열차 이송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4일 오전 지하철 1호선 탈선 사고가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철로에서 한국철도 관계자들이 선로 복구 및 탈선 열차 이송 준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신길역 열차 탈선으로 1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된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신길역 열차 탈선으로 1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된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14일 오전엔 신길역 인근에서 급행열차 두 량이 탈선하는가 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창동역에선 한 남성이 투신, 연이어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


이 날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에도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만원이 된 대중교통에 몸을 실어야 했다. 상사에게 ‘또 1호선’이라며 지각에 대한 양해 문자를 분노의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지난 2012년 2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이송중이던 고장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2.2.2 홍진환 기자
지난 2012년 2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이송중이던 고장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2.2.2 홍진환 기자
수도권전철 1호선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2020년 2월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코레일 정비직원이 견인선에 고장난 전동차를 연결하고 있다.
2020.2.2 전영한 기자
수도권전철 1호선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2020년 2월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코레일 정비직원이 견인선에 고장난 전동차를 연결하고 있다. 2020.2.2 전영한 기자
2012년 2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고장 열차 이송 중 탈선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2.2.2 전영한 기자
2012년 2월 2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고장 열차 이송 중 탈선 사고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2.2.2 전영한 기자

지난 2012년 겨울에도 1호선 서울역에서 전동차가 배터리 방전으로 멈춰선 데 이어, 차량 기지로 이송되던 도중 탈선까지 해 4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출근에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2011년에는 종로3가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는 열차 한 대가 3분여 동안 문이 열린채로 운행돼 승객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20일 저녁 의정부행 1호선 지하철이 서울역과 시청역사이에서 7시경 멈춰섰다가 7시50분경 시청역으로 진입하자 안에 갖혀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2006.1.20 김재명 기자
20일 저녁 의정부행 1호선 지하철이 서울역과 시청역사이에서 7시경 멈춰섰다가 7시50분경 시청역으로 진입하자 안에 갖혀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2006.1.20 김재명 기자

그렇다면 왜 하필 1호선일까?

시민들은 노후화된 전동차와 실외를 경유하는 경로가 많은 것을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탈선 사고도 아직 원인 규명중이지만 실외에서 일어났다. 또한 서울역, 용산, 신도림, 구로 등 주요 환승역을 경유하다보니 이용객이 다른 노선보다 월등히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30일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인천 방향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몰려들어 혼잡을 빚고 있다. 
2009.12.1. 홍진환 기자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30일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인천 방향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몰려들어 혼잡을 빚고 있다. 2009.12.1. 홍진환 기자

다행인건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 다니는 노후전동차 상당량이 2023년 1분기 안에 새차로 교체된다고 한다. 경화된 동맥처럼 지연과 고장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1호선도 ‘고장선’이라는 오명을 벗기를 기대해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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