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딸 방치 살해’ 아빠에 2심 재판부 ‘권고 최저형’ 줬다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15일 06시 33분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B씨(당시 18세)가 지난해 9월인천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2019.6.7/뉴스1 © News1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B씨(당시 18세)가 지난해 9월인천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2019.6.7/뉴스1 © News1
생후 7개월 딸을 6일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대폭 감형된 아빠에게 법원이 법정 권고형 중 최저형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25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서 생후 7개월 C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의 아내 B씨에게는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A씨와 B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 변경금지’가 적용됐다.

2심에 와서 B씨는 성인이 됐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심 법원은 B씨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된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는 징역 10년, B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가 양형을 달리한 자세한 이유를 판결문을 통해 살펴보면 두 재판부의 양형 판단이 크게 달라진 점이 감형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단 두 재판부 모두 살인범죄 유형은 제2유형인 ‘보통 동기 살인’을 적용했다. 보통 동기 살인의 경우 기본형이 10~16년, 감경될 경우 7~12년, 가중될 경우 15년 이상, 무기 이상의 형의 권고형이다.

그러나 가중·감경요소인 특별양형인자에서부터 두 재판부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가중요소로 ‘잔혹한 범행수법’을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3일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하도록 굶다가 사망에 이르는 고통은 그 강도와 시간적 계속성 등 측면에서 볼 때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라며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들의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또 아동유기·방임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생후 7개월의 유아라는 사정을 감안해 가중요소로 ‘유기, 학대 정도가 중한 경우’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권고형 범위를 징역 15년~42년으로 정한 뒤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로 ‘미필적 살인의 고의’를 적용했다. 가중요소로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적용했다.

2심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수법’은 방화나 폭발물로 살해한 경우, 살해 전 피해자 신체 일부분을 손상한 경우, 신체 급소 등을 수십 차례로 흉기로 찌른 경우‘ 등이 해당한다”며 “이 사건 범행은 미필적 고의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양형기준상 잔혹한 범행수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동유기와 방임 혐의에 대해서도 ’유기·학대정도가 중한 경우‘로 봐 가중요소를 적용한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특별양형인자로 아무 것도 적용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유기·학대 정도가 중한 경우는 Δ발견이 곤란한 장소 Δ환경이 매우 열악하거나 위험한 장소에 피해자를 유기한 경우 등의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라며 “피해자가 생후 7개월 정도의 유아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를 주거지 앞 유모차에 태워 홀로 내버려 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적 양형 고려 요소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는 Δ자기 인생도 책임지기에도 벅찬 나이에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리게 된 점 Δ부모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온전히 다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점만 언급됐을 뿐 판결문 대부분이 A씨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가득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B씨를 단기형인 징역 7년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는 바, 공범에 대한 처벌과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며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 B씨 뿐 아니라 A씨에게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1심 양형에 대해 항소했더라도 우리 재판부는 (오늘 선고한 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했을 것”이라며 검찰의 실수에 대한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B씨의 권고형이 징역 10~16년인 점과, 재판부가 처벌의 균형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점 등을 봤을 때 검찰이 항소했다면 둘 모두에게 더 높은 형이 선고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심 재판부는 이와 더불어 ΔA씨가 2심에서 자백한 점 Δ아이를 평소 폭행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대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Δ어린 B씨가 임신을 하자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맡아 키우기로 다짐하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기도 벅찬 나이에 B씨와 함께 살며 피해자를 양육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 유리한 양형요소를 1심보다 더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A씨의 권고형 범위를 징역 10년에서 16년9개월로 정했고, 이중 가장 낮은 권고형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결국 검찰이 B씨가 2심 재판 과정에서 성인이 된다는 점을 놓쳐 항소하지 않은 것과 2심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범행 수법이 잔혹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 그리고 1심보다 A씨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를 더 많이 적용한 것이 A씨의 형이 절반이 줄어들게 된 주요 원인인 것이다.

한편 두 사람은 2심 재판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해 현재 사건은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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