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6년 전 ‘그날’…세월호가 바꾼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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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사 꿈꾸는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 씨.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조사 꿈꾸는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 씨.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년 전 ‘그날’은 많은 걸 바꿔놓았다.

누군가는 삶을 잃었고, 또 누군가는 미래를 잃었다. 친구와 눈물, 가슴과 희망…. 다들 그렇게 하나씩 사라져갔다. 화마라도 휩쓸고 간 듯한 텅 빈 벌판에서, 두 사람은 ‘꿈’이란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잃어버린 한 고교생.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 살아남은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침몰하는 검은 바다를 보며 발을 동동 굴리던 중학생. 아이는 음악 선율에라도 언니 오빠들을 담아 영원히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6년, 지금 두 사람이 심었던 꿈이 열매로 영글고 있다.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 씨(23·여). 그는 2월 24일부터 경기 안양시에 있는 안양샘병원 응급실에서 일한다. 그의 직업은 ‘응급구조사’다.

“원래는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그날 뒤로 꿈이 바뀌었죠. 사고를 당한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장 씨는 응급실에서 심정지나 심근경색 환자가 오면 문진이나 약물 투여를 돕고 심폐소생술을 한다. 2018년 소방실습 때 실제로 심정지 환자를 3분 만에 살려낸 감사한 기억도 있다. 그는 “병원에서 경력을 쌓고 구조 현장 최전선을 뛰는 소방공무원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작곡가 윤지수
작곡가 윤지수

윤지수 씨(20·여)도 올해 오랜 소망을 이뤘다. 2016년부터 꿈꿨던 세월호 추모 앨범 ‘Farewell to the Souls-영혼들에게 건네는 작별인사’를 지난달 7일 발매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마음에 품었던 “좀더 많은 세상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담았다. 이를 위해 윤 씨는 미국과 독일 핀란드 벨기에 등에서 해외작곡가 6명을 섭외하기도 했다.

윤 씨는 이번 작업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았던 일을 마무리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3월에도 세월호 추모 앨범 ‘April 16th (0416)’을 발매했다. ‘Farewell to…’ 곡들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들. 장 씨는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환자가 떠나면 남게 될 가족. 사랑하는 친구들을 잃었던 자신과 닮아서였다. 장 씨는 “1, 2분이란 시간에도 사람을 살릴 수도 구조할 수 있기도 하다. 세월호 때 얼마나 초기대응이 부실했는지 새삼 느낀다”고 했다.

윤 씨 역시 6년 전 감정에 깊숙이 빠질 때가 잦다. 당시 제주여자중학교 2학년이었던 그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다가 벌어진 사고란 사실에 더 마음을 쿵쾅거렸다. 진도 앞바다까지 찾아가는 등 앨범을 제작하는 동안 눈물 삼킨 날도 많았다.

세월호 참사 추모 앨범 제작에 함께 했던 외국인 작곡가들. 왼쪽부터 마이클 양(Michael Yang·미국·25), 티모디 쇼텔(Timothy Shortell·미국·17), 위체 라즈(Wietse Raes·벨기에·15), 알요샤 부메(Aljoscha Böhme·독일·16), 사미 J. 라이네(Sami J. Laine·핀란드·22)
세월호 참사 추모 앨범 제작에 함께 했던 외국인 작곡가들. 왼쪽부터 마이클 양(Michael Yang·미국·25), 티모디 쇼텔(Timothy Shortell·미국·17), 위체 라즈(Wietse Raes·벨기에·15), 알요샤 부메(Aljoscha Böhme·독일·16), 사미 J. 라이네(Sami J. Laine·핀란드·22)

이제 2020년. 또 다시 세월은 흘러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1년, 2년, 아니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라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도 세월호를 잊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윤지수) “많은 사람들이 오래토록 기억할 수 있게 좀 더 용기를 내어 세월호 참사를 알리겠어요”(장애진)

만난 적도 없이 다른 꿈을 꿔온 두 사람은, 실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김태언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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