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市 건축위 심의 통과…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달동네
2437채 규모… 마을 원형은 보전, 11년 난항 끝 재개발사업 탄력
지난해 서울시가 주최한 ‘백사마을의 과거와 현재 사진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의 전경. 건축물 대부분이 지어진 지 50년 이상 돼 주민들이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시 제공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이 신축 아파트와 저층 주거지, 옛 골목길 등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면적 18만6965m²)에 공동주택, 임대주택 등 2437가구를 건립하는 재개발정비사업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가고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백사마을은 1967년 도심 개발로 청계천과 창신동, 영등포 등에서 주택을 철거당한 주민들이 자리를 잡으며 형성됐다.
○ 기존 마을의 틀 유지하며 재개발
백사마을 재개발정비사업은 공동주택 구역(10만2262m²)과 주거지 보전사업 구역(4만832m²), 정비기반시설 구역(4만3871m²) 등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 추진된다. 공동주택 부지에선 기존 주택 등을 모두 철거한 뒤 아파트(1953가구)를 짓는다. 임대주택 484가구가 들어설 주거지 보전사업 구역에는 기존 건축물을 모두 없애지만 집터와 골목길 등 마을의 기존 틀은 남기고 그 자리에 최대 높이 4층짜리 건물을 짓는다. 신축 건물이 들어서지만 옛 마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다. 박물관, 마을식당, 마을공방 등 다양한 공동이용시설도 마련된다. 기존 가옥 중 마을 형성 초기 모습을 간직한 가옥 두 채는 리모델링한 뒤 주민 휴게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정비기반시설 구역에는 공원과 녹지, 공공청사 등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재개발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서울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개발을 추진하되 기존 주거지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2018년 3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재개발구역에서 기존 마을의 지형, 터, 생활상 등 특성을 그대로 보전하고 임대주택 등을 조성하는 ‘주거지 보전사업’을 도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지 보전사업 구역은 골목길 등을 중심으로 23개 구역으로 나누고 10여 명의 건축가를 투입해 구역 특성을 살린 건축 설계를 한다”며 “재개발구역 전체의 용적률은 유지하되 일조권, 조경 등과 관련된 건축 규정을 완화해 창의적인 설계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위험건축물에 거주하는 백사마을 주민을 순차적으로 ‘긴급 임시이주’시키고 있으며 현재 신청자 236가구 중 183가구(약 78%)가 이주했다.
○ 주민 갈등으로 재개발 사업 11년 난항
백사마을은 과거 ‘물과 전기가 없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재개발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오랜 기간 난항을 겪었다.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낮은 사업성과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2016년 사업 자체를 포기했다. 이듬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됐지만 공동주택단지 설계안에 대해 주민 갈등이 발생하면서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일부 주민은 16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건립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갈등전문가를 마을에 파견해 주민들을 설득했고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평균 층수 12층 이하, 최고 층수 20층 이하의 공동주택 건립을 결정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사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첫 사례”라며 “원주민 정착 비율을 최대한 높이고 마을 공동체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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