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온라인 개학 첫날 혼란
EBS 먹통-위두랑 아예 폐쇄… 화면 끊겨 수업중단 잇따라
“20명중 4명밖에 접속 못해 e메일로 과제… 결국 엄마 개학”
100% 쌍방향수업-실습 학교도… 중고교는 학교별 격차가 큰 변수
중고교 1, 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교에서 한 교사가 쌍방향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회 수업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6일 전국 초중고교생 312만 명을 대상으로 2차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교육당국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날도 학생들은 학습사이트 접속에 애를 먹었다. 특히 처음 원격수업을 시작한 초등학교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중고교는 학교의 준비 상황에 따라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9일 1차 온라인 개학 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자 현장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접속 오류 등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초등은 ‘엄마 개학’ 원성
초등학교들은 부실한 인프라에 어린이들의 집중력 부족까지 겹쳐 혼란이 컸다.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의 5학년 온라인 체육수업. 배우진 체육교사(28·여)가 가수 빅뱅의 ‘붉은노을’ 노래에 맞춰 체조를 했지만 학생 25명 중 9명은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화면과 소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다른 쌍방향 수업에서는 한 학생의 카메라 앞에 고양이가 등장하자 “와∼ 고양이다” 하는 아이들의 소란에 수업이 중단됐다.
기본적인 출석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온라인에 서툰 4학년 자녀 때문에 휴가를 낸 직장인 A 씨는 “먹통이 될까 봐 새벽 6시부터 학교 지정 사이트에 접속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전 10시까지 학생 20여 명 중 4명밖에 접속하지 못했다”면서 “담임도 접속을 못 해서 결국 e메일로 과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엄마 개학’ ‘할머니 개학’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중고교 수업은 천차만별
중고교는 학교마다 수업의 질적 수준 차가 커 공교육 격차를 악화시킬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당수 학교는 강의 녹화중계나 기존 영상 공유, 과제 대체 등으로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그나마 영상 재생이 잘 안되는 사이트가 많아 차질을 빚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첫날부터 유튜브 강의만 봤다” “10분짜리 강의 듣는 데 1시간 걸렸다” “계속 버퍼링되는 화면을 보고 있으니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등의 불만이 이어졌다.
일부 학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대진고는 이례적으로 전 학년, 전 과목 쌍방향 수업을 했다. 이성권 교감은 “3월 초부터 교비로 교사들의 수업 장비를 갖추고, 교사 연수를 10차례 이상 했다”며 “100% 쌍방향 수업을 하면 전면 수행평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이스터고인 서울로봇고는 온라인으로 실습 수업까지 진행했다.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코드’를 교사가 직접 드론이나 기계에 입력해 구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피드백하는 식이다. 일부 과목은 2명의 교사가 강의와 실시간 피드백을 맡는 ‘2교사 1수업’ 체제로 만들었다.
○ 당분간 접속대란 불가피
14, 15일 운영을 중단하고 점검에 나섰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위두랑’은 이날 아예 폐쇄됐다. EBS 온라인클래스도 동영상 재생이 지연됐다. 이런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시스템 용량을 급격히 늘리면 안정화 작업이 필수인데, 이를 미리 하지 못해 실전에서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사설 인터넷 강의 업체들은 직접 표준화된 영상을 올리는 반면 학습 사이트들은 전국의 교사와 학생들이 제각각 콘텐츠를 올려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사이트 오류 해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하루아침에 안정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별문제 없이 지나간 것만 해도 정상화됐다, 성공적이다 말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등교 개학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학교 문을 여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일이다. 보수적인 자세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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