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 수십억 쓰면서 수어통역 없나”…인권위 진정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7일 11시 20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인권위 진정
김철환 활동가 인권위 앞 10분 항의 시위
"유권자 시각 개표방송…소수는 왜 빼나"
"수십억원씩 쓰면서 수어통역 준비 안해"
"청각장애인 평등권·참정권 침해한 행위"

시민단체가 지상파 방송사들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개표방송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의 참정권과 시청권을 고려하지 않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을 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17일 오전 인권위에 ‘지상파 방송3사 개표방송 수어통역 미제공 차별진정’이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김 활동가는 진정서를 접수하기 전 인권위 앞에서 항의의 의미로 10분가량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의 21대 총선 개표방송은 유권자 입장에서 하겠다고 광고하면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였다”면서 “그런데 청각장애인 같은 소수 유권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 진정서를 접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개표방송에서 MBC는 ‘시청자 First(퍼스트)’라는 슬로건으로, SBS는 ‘오늘 우리 손끝으로’로 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유권자 중심 방송을 기획했다.

김씨는 “개표방송은 방송사마다 사활을 걸고 경쟁해 KBS만 해도 71억원의 예산을 퍼부었다고 들었다”면서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청각장애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같은 문제로 항의와 성명 등을 낸 적이 있으나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2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때도 항의와 성명을 발표했지만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개표 상황이야 수어 통역으로 제공하기 어렵고, 이미지화돼 있어 청각장애인들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전문가 대담이나 판세 분석, 논평 등에는 수어통역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고 바라봤다.

김씨가 속한 단체는 개표방송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개표 결과를 예측하거나 공표하는 것으로 선거방송의 연장이라고 했다. 선거권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이 방송을 보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사들이 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방송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명시된 조치에 미흡했다는 얘기다.

이 단체는 보도자료에서 “인권위 법에 따라 누구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조치가 미흡해 평등권을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 제24조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인시위를 마친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진정서에는 지상파 방송3사가 차별인으로 명시됐다.

김씨는 진정서 접수 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단체에도 4명의 청각장애인이 소속돼 있어 이들이 이번 사태의 피해자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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