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공개된 ‘박사방’ 공범 강훈, ‘피해자들에 할 말 있나’ 질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17시 19분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News1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News1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10대 공범 얼굴이 공개됐다. 공범은 대화명 ‘부따’로 활동한 강훈(18)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구속 수감된 강훈을 17일 검찰로 송치했다. 강훈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하면서 종로경찰서 현관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얼굴을 드러냈다. 고개를 푹 숙인 강훈은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혐의를 인정하냐’, ‘조주빈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느냐’ 등 추가 질문에는 함구했다.

강훈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강훈의 나이와 이름,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2010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한 뒤 10대 피의자의 신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강훈의 변호를 맡은 강철구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 정지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훈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훈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17일 경찰서 앞에는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시민 단체에 속한 여성 5명이 시위했다. 이들은 ‘n번방에서 감방으로’, ‘n번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를 반복해서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많은 여성들이 사법 기관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가해자들의 신상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은 조주빈과 공범들이 사용한 가상화폐 지갑주소(계좌)의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박사방’ 유료회원 10여 명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모두 40여 명의 유료회원을 수사하고 있다. 파악된 유료회원에는 일부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으며 20, 30대가 가장 많다. 경찰은 박사방 참여자, 유료회원 등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청 위례동주민센터 직원 2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17일 입건했다. 위례동주민센터는 6일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조주빈의 공범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게시했다. 당시 공고 내용을 읽고 피해자에 해당되면 주민센터로 연락하라고 했다. 공고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00여 명 가운데 일부 이름과 성별, 나이, 개인정보 유출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주민센터의 피해자 명단 게시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14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권한을 넘어 과도하게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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