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의 A초등학교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이날 긴급돌봄에 참여한 학생이 75명으로 늘어난 것. 긴급돌봄 참여학생이 직전인 14일 53명에 비해 42%(22명) 증가했다. 전교생이 14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5.3%가 긴급돌봄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등교한 셈이다.
A초등학교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수업이 무기한 늦춰지면서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 지난 16일 기준 긴급돌봄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8만5000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초등학생의 3.1%가 긴급돌봄에 참여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초기만 해도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이 저조했다. 개학연기 첫날인 지난 3월2일 전국에서 긴급돌봄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2만3700명으로, 전체 학생의 0.9%에 그쳤다. 3차 개학연기가 시작된 3월23일에도 5만3000명(2.0%)만 긴급돌봄에 참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여학생이 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에도 지난 3월2일 긴급돌봄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5601명에 불과했다. 지난 13일에는 1만2799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청자는 1만2776명에서 1만7338명으로 늘었다. 긴급돌봄을 신청한 초등학생 중 실제 참여한 학생 비율도 43.8%에서 73.8%로 치솟았다.
개학 연기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돌봄교실보다 가정에서 돌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참여율이 저조했다. 개학 연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이상 가정돌봄이 감당하기 어려워진 맞벌이가정의 자녀를 중심으로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개학도 긴급돌봄 참여율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교육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가 사상 처음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초등학생은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혼자서 원격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 특히 맞벌이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 집계를 보면 긴급돌봄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온라인 개학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발표(3월31일) 전인 지난달 30일 5만4200명이었던 긴급돌봄 참여학생이 고3과 중3이 온라인 개학을 한 지난 9일 7만6400명(2.8%)으로 늘더니 다시 1주일 만인 16일에는 8만5000명으로 8600명(11.3%) 늘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도 온라인 개학 발표 전인 지난달 23일 9134명, 지난달 30일 9238명에 그쳤던 긴급돌봄 참여학생이 지난 6일에는 1주일만에 1만1557명으로 늘었다.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A초등학교 담당 교사는 “맞벌이가정 위주로 긴급돌봄 신청을 받고 있는데,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집에서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긴급돌봄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증가한 데는 가정돌봄의 어려움과 온라인 개학,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온라인 개학 이후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에게는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은 오전에는 원격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돌봄교실에서 돌봄을 받는다. 긴급돌봄 운영 시간도 개학 연기 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으나 오후 7시로 연장했고, 점심도 제공한다.
긴급돌봄 참여 학생이 늘면서 학교에서는 교실 부족, 원격수업 지도교사 확보 등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돌봄교실을 원격수업 교실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한 교실에는 10명 이내의 학생만 배치해야 한다. 점심 제공을 위해 급식을 할 경우 방역 대책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온라인 개학과 등교개학 준비 속에서 긴급돌봄 학생 증가라는 ‘3중고’에 놓여 있다”라며 “돌봄학생 증가와 온라인 개학으로 교실 부족 현상이 발생해 긴급돌봄 신청 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면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행정당국은 교실 등 공간, 방역, 인력, 급식, 원격수업 등 종합적인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해 해결해주는 현장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라며 “가정에서도 온라인 개학의 목적이 학생 감염 예방에 있으므로 부득이한 경우에만 긴급돌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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