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 줄고 재활치료까지 중단… 코로나에 더 힘겨워진 장애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9일 20시 46분


이선혜 양(16·가명)은 1급 발달장애인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4층에서 살고 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지금껏 계단을 오르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활병원이 폐쇄돼 근력이 떨어진 탓이다. 계단을 한번 오를 때마다 최소 두 번은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려갈 땐 더 힘들다. 허벅지 근력이 떨어져 두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발을 내디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양은 평소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와 더불어 재활운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올 2월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두 달 가까이 치료를 받지 못했다. 감염 우려로 외부활동도 크게 줄었다. 이 양의 어머니(50)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돼 하루 20분의 산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3개월째로 ‘장애인의 날’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활치료나 직업훈련 등을 도맡는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이 중단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운동량이 줄어든 장애인들은 재활치료 중단까지 겹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은태 씨(23·가명)도 코로나19 이후 건강이 악화됐다. 2살 때 자폐진단을 받은 김 씨는 하루 1시간씩 수영, 승마, 암벽등반 등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그가 다니던 재활병원 작업치료사가 올 2월 확진판정을 받은 뒤 치료는 중단됐다. 김 씨는 보건당국의 능동감시 대상에서 해제된 뒤에도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재활병원이 입원환자만 받고 재활환자를 받지 않고 있어서다. 김 씨가 다니던 장애인용 체육센터도 2월 말부터 문을 닫았다.

김 씨는 2015년 교통사고 이후 소화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 3년 동안 누워 지내다보니 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2018년 퇴원 이후 재활운동으로 소화기능을 일부 회복했지만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평소 80㎏이던 김 씨의 “무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56㎏까지 줄었다. 한 끼에 밥 반 공기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재활치료뿐만 아니라 장애인 교육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온라인 개학 이후 장애인 부모들의 부담이 커졌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임희연 씨(여)는 최근 중학생 딸을 데리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딸이 학교에서 보내준 영상을 재생하지 못해 옆에서 일일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 우려로 특수학교에 ‘긴급돌봄’을 맡기기도 힘들다. 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긴급돌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돼가지만 감염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이용률은 6%대로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의 서비스 시간을 한시적으로라도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장애인 지원시설이 폐쇄된 데 따른 서비스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생활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활동지원사를 파견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원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는 월 최대 480시간까지만 가능하다. 강창욱 강남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동안이라도 장애인 활동지원사 인건비 등 관련 예산을 늘려 ‘돌봄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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