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중단 틈탄 ‘취한 핸들’… 사망자 5년만에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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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3월 음주운전 사고 24% 늘어… 사망자도 7% 증가한 79명
코로나에 선별적 단속전환 역부족… 20일부터 일제 검문식 단속 재개
측정기 대신 비접촉식 감지기 이용

18일 경기 광주시 역동 삼거리에서 경찰이 ‘비접촉식 감지기’를 사용해 음주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음주운전이 늘어나자 운전자가 
숨을 불지 않는 ‘비접촉식 감지기’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광주=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8일 경기 광주시 역동 삼거리에서 경찰이 ‘비접촉식 감지기’를 사용해 음주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음주운전이 늘어나자 운전자가 숨을 불지 않는 ‘비접촉식 감지기’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광주=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멈춘 틈을 타 ‘살인 시동’을 거는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도 5년 만에 증가했다. 경찰은 ‘비접촉식 감지기’를 동원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나 감지기가 다소 부정확해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올해 1∼3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전국에서 4101건 발생해 79명이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음주사고는 3296건, 음주사고 사망자는 74명이었다. 각각 24.4%와 6.8% 늘어났다.

음주운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의 경각심도 높아지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실제로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인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018년 12월과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이와 함께 정부당국이 관련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음주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는 2015년 162명을 기록한 뒤 2016년 119명, 2017년 118명, 2018년 93명 등으로 줄곧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분위기가 꼬여버렸다. 경찰은 1월 27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을 멈춘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은 길목을 막고 차량을 세워 운전자의 입에 음주측정기를 대고 숨을 불게 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병엔 이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많아 모두 중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 대신 선별적인 단속을 이어갔으나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도로에 러버콘(고깔 모양 안전장비)을 S자 형태로 배치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차를 잡는 ‘트랩(trap) 단속’을 실시했으나 운전이 미숙한 이들이 주로 걸렸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운전석에 앉는 이들을 잡아내는 ‘암행 단속’도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20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운전자가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아도 차량 안 공기에 떠다니는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경보가 울릴 경우엔 소독한 접촉식 측정기를 이용해 정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잰다”고 했다.

문제는 비접촉식 감지기가 얼마나 정확한 성능을 발휘하느냐이다. 동아일보는 18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가량 경기 광주시 역동 삼거리에서 이뤄진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현장에서 이 감지기는 모두 4차례 경고음을 울렸는데, 실제 음주운전은 1차례뿐이었다. 2차례는 차 안에서 손 소독제의 알코올 성분을 감지했고, 1번은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술을 마신 경우였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일주일간 시범 운영해본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어쨌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되살리려면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 / 광주=신지환 기자
#음주운전#일제 검문식#단속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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