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문 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역구멍 ‘우려’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0일 0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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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서울 강남 일대 번화가의 모습. 2020.4.8 © News1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 일대 번화가의 모습. 2020.4.8 © News1
정부가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의 근간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흥업소들은 당장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유흥업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취약한 장소라는 점에서 집단감염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도 기존 고강도 방침와 달리 수위가 규제 완화 쪽으로 기울면서 자칫 방역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시행해 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다음달 5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수위는 일정 부분 낮춰 단계적으로 강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일부 제한을 완화하겠다”며 “종교시설 등 4대 밀집시설에 대해서는 현재의 방역지침 준수명령을 유지하되, 운영중단 강력권고는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기존 정부가 운용해오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날로 그간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주들은 영업중단 행정명령 이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을 감내해 왔다.

하지만 정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방역의 중요성뿐 아니라 경제적 영향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일부 규제를 제한하는 쪽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방역측면에서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면서도 “하지만 모두가 지친 가운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로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일상의 답답함뿐 아니라 사회경제생활의 희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 시내의 주요 유흥업소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영업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서울 강남 소재 클럽 대부분은 19일 밤부터 문을 열었으며, 서울시의 강력한 영업중단 권고 조치로 운영이 중단됐던 유흥업소 또한 대부분 20일 영업재개를 목표로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장이 코로나19 위험에도 다시 문을 여는 이유는 매출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강남 일대 한 클럽 관계자는 “월 임대료만 2억이 밀려 있는데 이달까지 영업 못하면 4억이 밀리게 된다”며 “여기에 인건비 등 추가 고정비를 더하면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을 재개하는 업소들은 하나같이 소독 및 마스크 착용 등에 만전을 가할 방침이라고 입을 모았다. 운영중단 등 강력 권고는 해제되지만, 현재의 방역지침 준수명령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의 집회금지나 처벌 등은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만에 하나 확진자 발생 업장이 또 나오게 되면 정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고객들에게도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 준수를 철저하게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접촉자 116명이 진단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유흥업소는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인다는 점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장소다.

지난 17일 서울시가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6.9%가 유흥·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가 또 다른 집단감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질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기 전인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번화가와 한강공원 등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교회, 클럽, 놀이공원 등 사람들이 몰리는 건 여전하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 우리나라도 뉴욕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살얼음 위에 있고 신중해야 한다.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생활 속에서의 감염 예방과 차단 활동을 함께 하는 ‘생활방역’로 전환하는 것을 향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향후 정부는 총선 등으로 인한 감염 확산 가능성을 점검하고 방역망 범위 밖 코로나19 관리 기반을 확실히 구축할 것”이라며 “생활 속 거리두기, 생활방역 등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지침과 제반사항을 준비해 우리사회가 숙달하도록 홍보와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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