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스펙’으로 아들 의전원 합격 도운 대학 교수 1심서 실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19시 56분


코멘트
대학원생 제자가 쓴 학술대회 포스터(발표 자료)에 아들을 저자로 올리고 이를 아들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등에 활용한 대학 교수가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교수는 특허를 출원하면서 아무런 기여가 없었던 아들을 발명자 등으로 기재하고 이 역시 아들의 의전원 입시에 사용했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김룡 부장판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교수에게 16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 B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지방의 한 대학 A 교수는 2011년 석사과정에 있던 제자에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포스터 3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뒤 세 포스터 모두에 아들을 제2저자로 기재하도록 했다. A 교수는 또 2013년 자신이 속한 대학과 산학협력 관계에 있던 한 업체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특허를 출원하면서 아무런 기여가 없었던 아들을 발명자와 출원인, 최종 권리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아들 B 씨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가짜 스펙’을 입시에 활용했다. B 씨는 2015년 한 대학의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전형에 지원했는데 이 때 학회에서의 포스터 발표와 특허 출원 관련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포함시켰다. 같은 해 B 씨는 한 의전원 일반전형에도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실험실에서 3년간 연구한 끝에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특허는) 괄목할만한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고 썼다. 학회 포스터 발표 등 다수의 연구사례가 있다고도 적었다. B 씨는 입시 과정에서 포스터 사본과 특허증을 대학 측에 제출했다. 두 전형에서 모두 최종 합격한 B 씨는 2016년 3월 의전원에 입학했고 지금은 의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입시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을 야기하는 행위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정당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의전원 입시 등에서 탈락한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학 교수 직위에 있던 피고인이 이런 범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

A 교수가 소속된 대학 측은 “A 교수는 기소된 직 후 바로 직위 해제했다”며 “(유죄가 확정 되면) 파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