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단 비밀단원으로 활동… 일제와 100차례 넘는 무장전투도
순천시, 주암면에 4개 건물 복원
내달부터 활동사진-글씨 등 전시
전남 순천시 주암면 한곡리 한동마을에 복원된 백강 조경한 선생의 생가. 생가복원사업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생가를 관람객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전남 순천 출신 독립운동가 백강 조경한 선생(1900∼1993·사진)은 1919년 3·1운동 직후 만주에서 활동하던 대한독립단의 국내 비밀단원이 됐다. 1926년 순종 장례식 날 순천시 주암면 야산에서 6·10만세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일제의 감시망에 올랐다.
백강은 1927년 일제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했다. 중국 베이징시 계명학원 법정과(2년제)에 입학했다. 이때 독립운동가들의 소개로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을 만나 한국사를 배웠다. 그의 외손자인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77)는 “외조부의 본명은 조종현이었는데 단재 선생이 한국을 받들라는 의미로 경한(擎韓)이라는 이름을 지어줘 개명했다”며 “백두산처럼 항상 듬직하게 독립운동을 하라는 뜻에서 백강(白岡)이라는 호도 지어줬다”고 말했다. 백강 선생은 일제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안훈이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다.
백강은 계명학원을 졸업한 뒤 1931년부터 3년간 만주에서 일제와 100차례가 넘는 무장 전투를 치렀다. 1933년 독립군 양성기관 신흥무관학교 교장을 지낸 지청천 장군이 지휘하는 독립군의 참모장이 돼 대전자령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다. 대전자령 전투는 봉오동, 청산리 전투와 함께 독립군의 3대 대첩으로 불린다.
1940년 광복군이 창설되자 총사령부 정훈·경리처장을 맡았다. 정훈 교관으로 광복군 훈련생에게 한국사를 강의하며 민족의 기상을 심어줬다. 특히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상무정신과 고려시대 최영 장군,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충혼을 강조했다. 심 씨는 “외조부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의병 투쟁사를 가르쳤는데 이런 역사 강의는 은사인 신채호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백강은 1943년부터 3년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국무위원회 비서장 등을 지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귀국해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고 1963년 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순천시는 독립운동과 민족정기를 키우는 데 평생을 바쳤던 백강의 생가를 주암면 한곡리 한동마을에 복원했다고 20일 밝혔다. 5억4000만 원을 들여 218m² 터에 안채와 사랑채 등 4개 건물을 복원했다.
순천시는 2월 백강 생가 복원식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했다. 조동주 백강 생가복원사업추진위원장(72)은 “다음 달부터 사랑채에 백강의 국내외 활동사진과 글씨 등 20여 점을 전시한다”며 “생가가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배우는 역사교육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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