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를 ‘녹색 전환’ 기회로… 2050년 탄소 순배출 ‘0’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1일 03시 00분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이제는 Green Action!]
<4> 기후변화 대응 ‘넷제로’ 추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뿌연 먼지 대신 본래 색을 되찾은 파란 하늘, 사람과 쓰레기가 줄어 마음껏 알을 낳으러 해변을 찾은 거북이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경제·사회 활동이 멈추자 이 같은 변화들이 포착됐다. 사람들이 ‘오염물질이 줄면 자연이 회복된다’는 진리를 실제로 체험하고 깨닫는 경험을 한 셈이다.

이 귀한 경험이 자칫하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한동안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면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당시 전 세계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CO2) 배출은 28.7Gt(기가톤·1Gt은 10억 t)으로 금융위기 직전(29.1Gt)보다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 경기 부양 정책과 함께 금세 30.4Gt으로 급증했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새롭게 맞이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맞은 시대인 만큼 향후 경기 부양책은 탄소 배출 제로를 추구하는 ‘녹색 전환’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취약한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


기후변화는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진행됐다. 호주 산불과 역대 가장 따뜻한 1월 등 이상 기후 현상들이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국제사회가 갖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으로 먼저 나선 곳은 경제계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해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위험 요인 중 1위를 기상이변, 2위를 기후변화 대응 실패로 꼽았다. 이후 화석연료 사용 여부는 글로벌 경제에서 의사결정 핵심 요소가 됐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화석연료 관련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투자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규제가 엄격한 EU에 수출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붙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은 취약하다. 전 세계에서 연료에 쓰는 온실가스(CO₂)를 일곱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 5위다. 이대로라면 국제 경제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시간도 촉박하다. 국제사회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 목표를 맞추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45% 줄이고, 2050년에는 넷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이미 EU와 영국, 캐나다 등이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넷제로는 화석연료를 안 쓴다는 걸 의미한다”며 “기후변화 대응 전환은 지금의 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동시에 추구해야


에너지원 중 석탄발전이 과반(52.5%)을 차지하는 한국이 단기간에 ‘녹색 전환’을 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기존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볼 때 녹색 전환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및 경기부양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에너지 전환을 기본으로 한 녹색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녹색 전환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손실이라는 분석도 많다. 올해 2월 세계자연기금(WWF)은 기후변화가 계속돼 생태계가 바뀔 경우 2050년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누적 손실이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8760억 원)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도 “2027년이면 석탄발전소 운영보다 태양광 건립이 더 저렴해진다”며 “기존 석탄발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의 경제적 타당성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이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구조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가 144만 개 순증하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9000명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미국 스탠퍼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공동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수력과 풍력,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약 2100억 원을 투자하면 전력 생산과 저장, 공급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위기와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는 녹색전환으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온실가스 탈동조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하고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주류의 목소리가 되게 하겠다”며 “국민적 협의만 충분하면 ‘넷제로’ 목표도 세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배출량이 0(Net Zero)이 되는 개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만큼 탄소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숲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코로나19#오염물질#넷제로#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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