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소독제에도 ‘삑!’…경찰 ‘비접촉 음주단속’ 허점 어쩌나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1일 05시 19분


지그재그형 음주운전 단속방식(대전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DB
지그재그형 음주운전 단속방식(대전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DB
“음주단속입니다. 불지 않으셔도 되고요. ‘삐!’ 선생님, 음주하셨어요? 아, 손 소독제요?”

경찰이 20일부터 1주일간 시범운영하고 있는 ‘비접촉 음주감지기’의 운영 실태에 따라 전국 확대를 고려할 방침이다.

다만 음주 동승자나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손 세정제도 잡아내는 방식이라 보완이 필요하다. 경찰은 지그재그형 단속과 결합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단속 고삐를 죌 전망이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감지기에 숨을 불어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단속 방식을 1월28일 중단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일제 검문단속은 의심자를 골라 단속하는 선별 단속으로 변경·운영됐다.

그러다 보니 단속에 쉽게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안이한 인식 탓에 1분기(1~3월) 음주운전 사고는 4101건으로 지난해 3296건보다 24.4%, 음주운전 사망자는 79명으로 작년(74명)보다 6.8% 증가했다.

경찰은 자가격리, 자택근무에도 사고가 음주운전이 증가한 것에 주목해 코로나19 확산 가운데 감염 우려를 막으면서 음주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비접촉 음주감지기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주말인 18일, 신형 감지기를 이용한 단속은 장비 허점만 여실히 들어내는 꼴이 됐다. 시범운영 관서인 광주경찰서의 언론공개 현장에서는 술을 마신 운전자보다 그렇지 않은 운전자가 비접촉 음주감지기에 더 많이 감지된 것이다.

비접촉 감지기는 차량 내부에 떠다니는 알코올 분자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차 안에 알코올 성분이 있는 경우 붉은 램프가 켜지며 ‘삐’하는 경고음이 울리는 방식이다. 경찰은 가스누출 감지기에서 원리를 착안, 도로교통공단의 실험 끝에 현장에 나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손 소독제 사용자나 동승자 음주에도 반응한다는 등의 맹점이 있다.

비접촉 음주감지기가 전국 일선에 보급될 경우 이런 단점으로 인해 교통 흐름 저해에 영향을 주거나 실랑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는 실제 손 소독제로 인해 음주운전 오해를 받은 한 운전자가 현장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등 불만 표시가 있었다.

또 음주단속 현장을 목격한 운전자가 창문을 개방해 일시적으로 내부 공기를 환기하는 등 ‘꼼수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신형 장비를 보급했다가 여러 문제로 사용 중단을 선언할 경우 국민 세금 낭비 지적도 당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시범운영에서 미비점을 보완한 뒤 전국 보급 계획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지그재그형 단속과 결합 등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