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처벌 ‘다크웹’ 손정우, 美송환되면 중형 피하나? 전문가들 “NO”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1일 09시 37분


김영운 사이버테러수사1실 경감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 및 이용자 검거 수사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사이버테러수사1실 경감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 및 이용자 검거 수사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다크웹’의 최대 아동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5)에 대해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손씨의 미국 송환 절차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처벌받은 아동 성착취물 유포 혐의로는 미국에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중형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처벌을 받았더라도 미국에서의 처벌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고법 “도망 염려” 구속영장 발부…범죄인 인도 절차 착수

법무부와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20일 서울고법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무부는 미국 인도요청의 대상범죄 중 국내법에 의해 처벌 가능하고 국내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4월 말 인도구속영장 집행 절차를 거쳐 서울고법에 범죄인 인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서울고법에서 범죄인 인도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인도 결정을 내리면 법무부장관의 최종 결정을 거쳐 손씨를 미국에 송환할 수 있게 된다.

손씨는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손씨가 2년8개월 동안 운영하는 동안 회원 수는 128만여명에 달했다.

압수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음란물 용량은 총 8TB, 파일은 약 17만개에 이른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3055개에 달했다. 손씨는 비트코인을 통해 4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손씨는 상고를 포기해 2심 형이 확정, 오는 27일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손씨에 대한 강제 송환 절차는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한국 경찰청과 웰컴 투 비디오 국제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뤄졌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대배심원은 손씨를 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면서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손씨를 송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서 처벌받은 혐의로는 美서 처벌 불가능? 전문가들 “가능해”

범죄인 인도법 제9조는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또는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아니하거나 면제되지 아니한 경우’는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0조는 ‘Δ인도가 허용된 범죄사실의 범위에서 유죄로 인정될 수 있는 범죄 Δ 인도된 후에 범한 범죄로 범죄인을 처벌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범죄 혐의가 ‘국제자금세탁’ 부분이다. 따라서 원론적으로는 이미 한국 법원에서 처벌을 받은 아동 성착취물 유포·판매 등 혐의는 미국에서 다시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손씨가 아동 성착취 동영상에 대해 엄벌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처벌을 받지 않아 결국 중형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벌을 받았더라도 같은 혐의로 미국에서의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미국 변호사는 “범죄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그 피해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등 어떤 것이라도 연결이 되면 (한국에서 처벌을 했더라도) 미국에서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며 “이 연결고리만 있으면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의 인도 청구에 대해서는 “아동 성착취물 관련 혐의로 청구를 하기에는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해, 우리나라에서 처벌이 안 됐고 청구이유가 명백한 자금세탁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미국 변호사도 “기본적으로 한 나라에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처벌을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가령 손씨가 미국 서버를 이용했다면 미국의 자산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처벌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법 관점에서 다른 나라 법을 적용해 이미 처벌받은 범죄를 또 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사안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듯”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인도를 허용하는 대상 범죄 사실에만 한정되는 것이 맞지만, 수사라는 것이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금세탁, 美서 징역 10년 이하 범죄…“테러로 국가안보 문제 인식”

만약 미국에서 아동성착취물 유포 등 혐의가 적용되지 않고, 자금세탁 관련 범죄만 기소되더라도 형이 가볍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자금세탁 범죄가 테러나 북한 제재 등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어 우리나라보다 자금세탁 범죄를 엄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의 한 대표 변호사는 “자금세탁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징역 20년 이하, 50만 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가 법정 권고형”이라고 설명했다.

한 미국 변호사도 “자금세탁법은 금융과 형사법, 국제법이 조합돼 있는 법 중 가장 정점에 있는 법”이라며 “자금세탁 부분이 우리나라처럼 금융범죄의 작은 집합처럼 취급되는 문화가 아니다.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 위상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에서는 성착취물 판매·배포·제공 혐의로만 처벌을 받았는데, 미국에서는 성착취물 광고 혐의와 자금세탁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에서 처벌받은 혐의를 제외하더라도 자금세탁 등 미국에서 적용할 혐의가 많기 때문에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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