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4시 20분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의 한 도로. A 씨(25) 등 5명이 탄 차량 2대가 갑자기 B 씨(23)가 운전하던 차량을 앞뒤로 가로막았다. 이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차량에서 내린 B 씨에게 다가가 폭력을 행사했다. 일행 중 한명은 급기야 흉기로 B 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다. B 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A 씨 등은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우연히 순찰을 돌던 경찰이 B 씨를 발견했고 119구급대에 연락해 병원에 보냈다. 앞서 이날 0시 5분경 월곡동의 한 스포츠용품 매장 인근에서 B 씨의 지인 등 6명이 A 씨의 지인 1명을 둔기로 집단 폭행했다.
A 씨와 B 씨는 모두 국적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다수인 카자흐계와 소수인 아제르바이잔계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다. A 씨와 지인들은 아제르바이잔계이고 B 씨와 지인들은 카자흐계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여자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A 씨 지인들이 사귀던 여성과 관련해 B 씨 지인들을 놀렸고 급기야 A 씨 지인이 사귀던 여성을 B 씨 지인이 만나면서 양측은 주먹다짐까지 했다. 이달에만 양측에서 4건의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이들이 추가 폭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특공대와 기동대원 등 250명을 투입해 월곡동의 한 주택에 모여 있던 카자흐계 남성 16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폭행에 적극 가담한 카자흐계 4명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거한 16명 중 9명은 불법체류자로 추방 조치했다. 합법 체류자로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이들은 석방했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르고 폭력을 행사한 A 씨 지인 등 아제르바이잔계 7명에 대해서도 특수상해 혐의로 검거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에 가담한 외국인 11명은 모두 불법체류자였다”고 말했다.
월곡동에는 2000년 대 초부터 옛 소련 국가에서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일대에는 4700여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며 작은 러시아 마을까지 형성하기 시작했다. 고려인들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 국가 출신 근로자들도 월곡동 일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근 농촌이나 산업단지 등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 출신들은 종교, 문화, 언어 등이 다르고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해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난민신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박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인마을의 한 주민은 “최근 일터에 나가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생활고를 겪으면서 다툼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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