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음주측정 코로나 키운다”… 1월부터 10개 경찰서에서 실시
전체 적발건수의 절반 넘기며 음주운전자에게 경각심 심어줘
20일 오후 9시 반경 대구 동구 숙천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S자 코스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20일 오후 9시 10분경 대구 동구 숙천초등학교 앞 왕복 6차로 도로.
대구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교통경찰들이 안전표시 삼각콘(러버콘)을 이용해 만든 주행로 안으로 차량을 유도했다. 약 30m 거리의 S자 형태로 일명 ‘S자 코스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이 코스는 5m 간격마다 좌우 코너가 존재해 운전자는 4차례에 걸쳐 핸들을 틀어야 한다. 주행로 폭이 3m에 불과해 음주운전자가 아니라도 순조롭게 통과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이날 주행로 입구에서는 정연준 경위(52)가 경광봉을 흔들며 진입하는 차량이 서행하도록 유도했다. 중간 지점에서도 경찰관 2명이 차량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느슨해진 감시망을 틈탄 음주운전이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전국 최초로 S자 코스 음주운전 단속 방식을 도입한 대구 경찰이 단속 성과를 높이며 음주운전자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고 있다.
오후 9시 40분경, 한창 단속을 진행하던 경찰들이 주행로로 진입한 한 차량의 움직임을 유독 집중해서 관찰했다. 해당 차량은 첫 코너부터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두 번째 코너에선 삼각콘을 넘어뜨릴 정도로 스쳐 지나갔다.
유진호 경감(53)은 이 차량을 갓길로 유도해 정차시켰다. 유 경감은 운전자 김모 씨(52)에게 물로 입을 헹구도록 한 뒤 일회용 빨대를 꽂은 음주측정기로 측정을 진행했다. 측정 결과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72%가 나왔다.
단속을 진행한 유 경감은 “음주운전 차량은 진입할 때부터 티가 난다. 단속 노하우라 자세히 알려줄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첫 코너부터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자연스러운 척하려고 오히려 속도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음주 단속 건수는 △1월 464건 △2월 283건 △3월 354건 △4월 296건(19일 기준)이다. 2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음주운전자도 급격히 줄었지만, 완화세를 보이기 시작한 3월부터 최근까지 다시 증가했다.
대구 경찰은 전국 최초로 도입한 S자 코스 음주운전 단속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대구 경찰은 숨을 내뱉는 방식의 음주 감지기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키운다는 판단에 따라 1월 중순 S자 코스 음주운전 단속법을 고안해냈다. 1월 29일부터 지역 내 10개 경찰서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19일까지 모두 524건의 음주운전을 S자 코스 단속을 통해 적발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음주 단속 건수 993건의 52.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속 노하우를 쌓으면서 실적도 늘고 있다. 사실상 S자 코스 단속 시행 첫달에 해당하는 2월 154건을 단속한 대구 경찰은 3월 단속 건수 195건을 올렸다. 이달 들어서는 19일까지 175건을 기록하고 있다.
문용호 대구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사고로 인한 음주 측정 등 다양한 상황이 많은데 S자 코스 적발 건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건 단속효과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대구 경찰은 지역 내 유흥가와 식당가 등 음주운전 취약 장소 주변 도로에서 매일 낮과 밤 2시간씩 음주 단속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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