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최연소 확진… 모녀, 약물투여 없이 자연치유
당국 “영아, 바이러스에 더 취약… 전염력 관련 추가 연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생후 27일의 신생아가 항바이러스제 투약 없이 자연 치유됐다.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중 최연소다.
21일 한미선 서울보라매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에 따르면 올 2월 11일 몸무게 3.73kg의 딸을 낳은 A 씨(37)는 3월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생후 27일이었던 딸도 감염됐다. 아이는 입원 하루 뒤 체온이 38.4도까지 오르고 간간이 구토와 기침 증세도 보였다. 다행히 A 씨와 아이 모두 증세가 심해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미루고 상태를 지켜봤다. 그렇게 치료 없이 2주가량 지난 같은 달 26일 두 사람은 최종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신생아 환자가 많지 않다 보니 의료진은 완치까지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교수는 “핏덩이나 다를 바 없는 갓난아이를 다루기가 너무 조심스러웠다. 체온을 재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확진 열흘째 아이의 호흡기 검체와 대변에서 바이러스 검출량을 측정한 결과 엄마의 무려 100배에 달했다. 이후 호흡기의 바이러스 양은 차츰 감소했지만 대변의 바이러스는 증상 발생 18일째에도 비교적 많은 양을 보였다. 또 대변뿐 아니라 혈액과 소변, 타액 등 모든 검체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한 교수는 “부모가 코로나19에 걸린 신생아의 기저귀를 갈다 대변을 만지면 감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생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엄마는 혈액과 소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특이한 건 모유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아이는 치료 기간 내내 모유를 섭취할 수 있었다.
보건당국은 영유아의 경우 면역력이 낮아 바이러스 복제량이 성인보다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1일 “코로나19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나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아동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방역 수칙을 준비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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