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딸 임신했었지?”…내연녀 협박 50대男 벌금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2일 08시 12분


"딸 임신 중절 사실 전남편에 알린다" 협박 혐의
1심 법원 50대 태권도관장에 벌금 300만원 선고
"전남편도 임신 중절 사실 알아…협박 아냐" 주장
법원 "양육 관련 다툼 가능…공포 느낄 것" 판단

고교생 딸의 임신 중절 사실을 전남편과 학교 등에 알리겠다며 내연녀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태권도 관장에게 1심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박창희 판사는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4)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2017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A씨가 내연관계를 지속하자는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A씨 딸의 과거 임신 중절 사실을 전남편과 학교 등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지난 2017년 8월 3일 ‘이제 작성이 끝나서 우체국으로 가려고 한다. 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이뻐해 주었더니 끝에는 나한테 아픔을 주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A씨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B고등학교에 보내는 진정서 봉투 사진도 첨부했다.

또 같은 달 20일에는 A씨 전남편 사업장 사진을, 31일에는 A씨의 딸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병원 사진을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 측은 “A씨의 전남편이 이미 딸이 임신중절 수술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A씨에 대한 협박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박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A씨와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고등학교 학생임에도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게 된다면 A씨와 전남편 사이에 자녀 양육과 관련한 다툼이 생길 수 있다”며 “A씨가 충분히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A씨에게 고등학교에 보내는 진정서 봉투 사진과 임신중절을 받은 병원 사진을 전송한 것에 대해 “나이 어린 딸이 임신중절 수술을 하여 학교에서 불이익을 입을 지도 모르고,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편견 등 생각해 보면 피해자는 어머니로서 충분히 공포심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씨와 A씨는 2016년 4월부터 그다음 해 5월께까지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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