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칼럼]대학 성패 좌우하는 총장의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에듀플러스

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최근 작년 입시에서 수백 명의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 사립대 총장 2명이 이사회에 소환돼 이유를 설명했던 일이 있었다. 특히 대학가를 놀라게 했던 것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국고를 지원받은 단과대학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나왔다는 점이다. 총장의 역량에 따라 대학의 성과가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총장의 리더십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부족으로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일수록 어떤 총장이 키를 잡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지원자가 몰리는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대에서 총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지방에서 대학은 지역 소멸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장 동력으로 자리 매김중이기 때문이다.

총장이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사립을 막론하고 총장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총장에게 그만한 역량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장기 집권’한 총장이 성과를 낸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이 학교를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았다. 2002년부터 19년째 총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크로 총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학교의 혁신을 주도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프로그램, 온라인공개강좌(MOOC) 플랫폼 활용 등 교육을 철저히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했다.

17년간 총장을 역임했던 패트릭 애비서 로잔공대 총장도 비슷하다. 그는 기술 사업화 특화 및 금융대학 신설 등 혁신 프로그램 시행으로 로잔공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총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부가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균형개발에 대학을 활용하려는 시점에서 거점 국립대를 포함한 국립대 총장의 역할도 강조될 수밖에 없다. 국립대 총장 임기는 대부분 4년에 불과하다. 최근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역량 있는 총장을 초빙해 행정권, 재정권 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총장이 권한도 없이 짧은 임기 동안 모든 개혁을 주도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한국 대학이 발전하려면 총장 활용을 잘 해야 한다. 비단 국립대에만 해당되는 원칙은 아니다. 가깝게는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가 첫 총장을 물색하고 있고 조만간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도전하는 인재를 키우는 대학인 만큼 어떤 총장이 와서 첫 단추를 꿰느냐, 얼마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학풍을 조각해 나가느냐에 따라 대학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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