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탄 車 바다에 빠트린 보험설계사, 살인혐의는 ‘무죄’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4월 22일 16시 32분


항소심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 돼

17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던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이 남성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김무신, 김동완, 위광하 판사)는 살인, 자동차 매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51)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3년에 처한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경 전남 여수시 금오도 인근 한 선착장의 길이 약 60m 방파제 끝에서 부인 김모 씨(당시 47세)가 탄 자신의 승용차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추락하는 도중 휴대전화로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숨졌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가 순간적으로 바다로 추락해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전남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박모 씨(51)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여수해경 제공)
전남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박모 씨(51)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여수해경 제공)

여수해경과 검찰은 박 씨가 김 씨를 고의로 살해했다고 의심했다. 차량 기어가 중립(N)이었던 점과 뒷좌석 창문이 7cm가량 내려진 점, 김 씨 명의로 수령금 17억 원 상당의 보험 6개가 가입됐고 혼인신고 후 수익자 명의가 박 씨로 변경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박 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박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보험금 수령의 도구로 사용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현장 검증을 통해 박 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의 움직임 등으로 차가 굴러갈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살인 혐의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씨가 밀어서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가 없다”며 “박 씨가 의도적으로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면 탈출 시간을 지연시키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당시 차량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1억2500만 원 상당의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7년 개인회생 결정을 받아 매달 30만 원을 납부해왔고 소득도 일정하게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타개책을 모색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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