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의제강간’ 13세→16세 미만으로… 잠입수사도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대책… 아동 성착취물 공소시효 없애고
SNS서 광고하는 것까지 처벌… 범죄수익 기소전에도 몰수 추진

‘디지털 성범죄 근절’ 당정 협의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디지털 성범죄 근절’ 당정 협의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 끝까지 추적한다. 또 앞으로는 성인 대상 성범죄물을 소지하는 것도 처벌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23일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근절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은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유포 등을 중대 범죄로 보고 그에 걸맞은 처벌과 제재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소지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구매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또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에 대해서는 현재 15년으로 돼 있는 공소시효를 없애기로 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공급과 수요 모두를 중범죄로 다스리겠다는 의지가 정부 대책에 담겨 있다. 정부는 “앞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내놓은 대책이 범죄 수단별 맞춤 대응이었다면 이번에는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형벌을 재정비하는 포괄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계기가 된 이른바 ‘n번방’ 등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유료화를 통한 범죄수익 창출로 기업화되거나 다수가 역할을 나눠 조직화됐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런 진단과 함께 우선 공급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아동, 청소년 성 착취 영상 판매에 대해선 형량의 하한을 정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이를 광고하는 것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등 갈수록 폐쇄성과 보안성이 강해지고 있는 범죄 특성을 감안해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하는 잠입수사도 도입한다. 정부는 잠입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재판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증거능력 시비 등을 없애기 위해 잠입수사의 근거를 법률로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통해 얻은 범죄 수익에 대해서는 기소되기 전이라도 몰수할 수 있는 이른바 ‘독립 몰수제’ 도입도 추진한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대상자 범위도 넓힌다. 지금은 아동, 청소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판매자까지 확대한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영상을 찾아보기만 해도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구매죄를 새로 만들어 착취물 소지 여부에 관계없이 구매한 사실만 확인되면 처벌할 수 있게 한다. 현재 ‘1년 이하 징역’인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소지죄 형량은 ‘3년 이하 징역’으로 높이거나 하한만 두고 상한은 없애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물 소지도 처벌 대상에 넣기로 했다.

성 착취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된다. 우선 아동, 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인 뒤 이들이 동의한 것처럼 가장한 성 착취 행위인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도 처벌하기로 했다. 미성년자가 동의했더라도 처벌하는 의제강간죄 적용 대상 나이는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높인다. 미국(16∼18세), 영국(16세), 독일(14세) 등에 비해 의제강간죄 적용 기준 연령이 낮아 미성년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부 가해자가 악용했던 ‘대상 아동 청소년’ 규정도 ‘피해자’로 바꾼다. 지금까지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자발적 성 매도자’인 피의자로 취급돼 소년원 감치 등 보호처분 대상이 되면서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최근 사건에서 피해자 정보 유출 창구가 됐던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내 개인정보 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복무 중 정보 유출에 대해선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열린 당정 협의에서 정부 발표 대책과 관련한 입법이 4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종료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디지털 성범죄#처벌 강화#근절 대책#n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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