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공무원 성추행 시인…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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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집무실 호출해 신체 접촉… 피해 여성이 공개사과-사퇴 요구
“경중 관계없이…” 회견문 표현에 피해자 “경중 문구 유감, 범죄 명백”
부산, 1년간 市政공백 우려

오거돈 부산시장(72·사진)이 23일 부산시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고 시인한 뒤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대승 이후 열흘도 안 돼 터진 악재에 즉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오 시장을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 시장은 이달 초 오전 11시 40분경 업무시간에 수행비서를 통해 7층 집무실로 피해 여성을 호출했다. 업무를 가르쳐 달라는 명목이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해당 여성을 성추행했다. 피해 여성은 이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한 뒤 오 시장 측에 “4월 안에 공개 사과하고 시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피해 여성은 23일 상담소를 통해 “오 시장의 기자회견문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라고 반박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날 오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오 시장이 총선 이후 사퇴한 것을 두고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 시장 측은 사건 직후 피해 여성의 사퇴 요구를 수용하며, 4·15총선이 끝난 뒤 절차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도 이를 받아들이되 사실관계를 공증 받았고, 공증 문서엔 오 시장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4월 말 특정 시일까지 사퇴하겠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미루는 것에 민주당 윗선이 관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2004년부터 부산시장에 도전해 3전 4기 끝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1995년 시작한 민선 1기 지방선거 이래 23년 만에, 부산지방 권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된 것이다. 당분간 부산시는 오 시장의 사퇴로 시정공백이 우려된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 치러질 예정이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 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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