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 소속 남성 직원 A씨가 동료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건이 알려진 반나절만에 서울시가 A씨를 직위해제했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24일 오후 2시 시청 기자실에서 ‘공무원 성폭력사건에 대한 서울시 입장’ 관련 브리핑을 갖고 “서울시는 23일 사건의 심각성을 보다 엄중하게 판단하고 가해자를 직무배제(대기발령) 조치했다”며 “그리고 오늘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가 접수되어 해당 직원을 즉시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보다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모든 시민들이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고, 서울시 공직자들도 전례없는 감염병 극복에 총력을 다해온 상황이기에 서울시는 이번 사안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서울시는 경찰 수사결과를 반영하고 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철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한뒤 “앞으로도 성관련 비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의 가해 직원에 대한 최초 대처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23일 오후 4시45분쯤 언론 보도를 보고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라시 수준 얘기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성폭행을 당한 여직원이 최초 신고를 서울시에 하지 않고 경찰에 먼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을 인지한 직후 시는 가해 직원을 시장 비서실에서 타 부서로 발령 조치했다. 시는 이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사건이 보도되고나서야 뒤늦게 가해 직원을 대기발령하고 직무배제 조치를 했다.
시는 사건 인지 2시간 뒤인 오후 6시36분에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이미 가해 직원에 대해서는 직무배제 조치를 취했으며 경찰 조사와 별개로 자체적인 상황 파악중”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토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내부에서 조차 타 부서 발령 조치 이후 직무배제 조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사건과 비교했을 때 시의 대응이 늦은건 아니지만 최초 사건을 인지한 직후 바로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해 남성이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이라는 특수 보직 때문에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나온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박 시장의 의전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1년 6개월 전부터 박 시장 비서실에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인사담당 관계자는 “사건에 대한 최초 인지가 늦어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시중에 돌고 있는 내용만 가지고 인사를 할 수 없어 타부서 발령부터 먼저 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11시쯤 A씨는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만취한 여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형사 입건됐다. 피해여성은 15일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나름 선방한 서울시 이미지가 이번 사건으로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연매출 2억원 미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2개월간 7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전날 발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직후 방송 출연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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