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해 5개월 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체포된 라임 사태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은 이달 초 경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나흘간의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지난 23일 밤 서울 성북구 주택가에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려던 그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그는 붙잡히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지만 끝내 경찰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가지고 다니던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김 전 회장 체포에는 20여명의 전담 수사반이 투입됐다.
경기남부청이 김 전 회장을 추적한 이유는 그가 라임 사태와 별개로 ‘수원여객 회삿돈 161억원 횡령’ 사건의 핵심 용의자였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5개월에 걸친 잠적생활을 끝내게 한 단초는 제3의 인물 A씨였다.
김 전 회장이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A씨를 만났던 사실을 최근 확인한 것. 그는 A씨를 만나던 날 7차례나 택시를 갈아타는 등 혹시 모를 추적에 대비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말 체포한 김 전 회장의 측근 B씨의 가족과 A씨가 만난 것을 알고, A씨 동선을 주시해 왔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최근 성북구의 한 빌라 일대를 김 전 회장 근거지로 특정했다. 곧바로 잠복에 나섰고 23일 오후 9시 그를 체포했다.
김 전 회장을 체포한 경찰은 주거지를 캐묻고 그가 머물던 빌라로 갔다. 그곳에서 경찰은 뜻하지 않은 다른 용의자도 붙잡았다.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42)이었다. 라임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던 그는 빌라 안에서 경찰을 맞닥뜨렸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빌라 안에는 수배 중인 전 신한금융투자 심모 팀장도 있었다. 심 전 팀장은 창문을 통해 도주를 시도했지만 추적에 나선 경찰에 결국 붙잡혔다. 빌라 내부에서는 수억원대 현금도 발견됐다.
김 전 회장 일행은 약 2주 전부터 성북구 빌라에서 생활했다. 그 이전에는 강남의 한 호텔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원여객 사건과 무관한 이 전 부사장과 심 팀장을 라임 사태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을 인계했다.
김 전 회장은 경기남부청으로 압송했다.
남부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10시께부터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수원여객 횡령사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빠르면 오늘(24일), 늦어도 내일(25일) 중으로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 결국 환매가 중단되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건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하고,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 상당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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