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거리 두기’ 생활에 홈테인먼트 각광
가족과 보내는 ‘집콕’ 시간 늘면서
놀거리 먹을거리 각종 운동 등 집에서 즐기는 다양한 여가 등장
인터넷-SNS 타고 관심 콘텐츠 부상
서울 강서구 거주자 양모 씨가 집에서 아이와 자동차 게임을 즐기며 여가를 보내는 모습. 아래 사진은 미식가로 알려진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자신만의 돼지고기 굽기 노하우를 알리며 ‘돼지고기 굽기 장인’ 챌린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독자 김미화 씨·카스 제공
서울 강서구에 사는 양모 씨(39)는 최근 다섯 살짜리 아들과 게임하는 게 삶의 낙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와 자동차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는 고가의 장비(핸들, 페달 등)를 비롯해 헬멧, 장갑까지 갖추고 실제 자동차 경주를 하는 것 못지않은 긴장감을 느끼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심화됐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 좋다”면서 “집 발코니에서 캠핑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며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 운동 등으로 재미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따뜻해진 봄 날씨에도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홈테인먼트’를 추구하는 것이다. 홈테인먼트는 ‘집(Home)’과 즐거움, 오락 등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되며 주목받고 있다.
24일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약 두 달 동안 ‘홈테인먼트’ 관련 상품 매출이 직전 두 달 대비 100% 증가했다. 이 중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카테고리는 ‘홈쿠킹’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반죽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쿠키를 만들 수 있는 ‘풀무원 토이쿠키 3종’의 매출은 200% 늘었고, 팬케이크 쿠키 브라우니 등 각종 믹스류 상품도 매출이 160.3% 증가했다.
‘홈카페’ 관련 상품도 인기다. 카페를 가지 않고 집에서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장비와 물품을 갖추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 메이커, 원두 분쇄기 등 커피 관련 가전 매출은 83.7% 늘었고, 캡슐형 커피 매출도 30% 증가했다. 이 밖에 집에서 식물을 기르는 이들이 늘며 ‘홈가드닝’ 관련 매출도 172% 증가했고, ‘홈인테리어’(40%) ‘홈트레이닝’(35%) 관련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홈테인먼트 트렌드에 맞춰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이색 챌린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SNS에 ‘#stayathome’ ‘#stayathomechallenge’ 해시태그를 활용해 자신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일을 공유하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400번을 휘저어 거품을 만드는 ‘달고나 커피’를 비롯해 계란을 1000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 오믈렛’ 등이 대표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6)는 “평소 집에서 혼자 요리하는 걸 좋아했는데 최근 SNS에서 요리 솜씨를 뽐내는 분위기가 형성돼 동참하고 있다”면서 “봄을 맞아 냉이, 달래 등을 넣은 ‘봄나물 김밥’을 만들어 올렸더니 레시피를 묻는 팔로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이색 챌린지 트렌드에 맞춰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는 ‘돼지고기 굽기 장인’을 찾는 ‘집돼지챌린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미식가로 알려진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챌린지 홍보 대사로 나서 유튜브에서 자신만의 돼지고기 굽기 노하우를 알리고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 현재 집돼지챌린지에는 춤을 추며 고기를 구워 운동량을 늘리는 ‘살 안 찌게 삼겹살 먹는 방법’이란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다. 통삼겹살로 스테이크를 구워 위에 치즈를 대량으로 올리고 손으로 들고 뜯어 먹는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어린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부모들은 ‘돌고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또 밥 차려야 한다는 말의 줄임말)의 고단함을 호소하며 ‘구원템’을 공유하고 있다. 각종 SNS에서는 맛과 영양 수준이 괜찮은 가정간편식(HMR)을 추천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세계푸드 ‘올반 찰핫도그’를 비롯해 LF푸드 ‘모노키친 에어프라이용 멘보샤’, GS리테일 ‘심플리쿡 치즈짜장떡볶이’ 등이 각종 온라인몰에서 인기다.
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임모 씨(40)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자녀를 위해 간식을 구입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면서 “아이가 혼자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핫도그, 떡볶이 등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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