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못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기도 봄에 나와서 놀아야죠.” “자전거 지금 못타면 올해 다 날려요. 오랜만에 날씨도 좋네.”
지난 주말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이야기다. 정부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5일까지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한강은 4월의 마지막 주말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한강공원 망원지구는 주로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이 찾는 한강공원이다. 지난 26일 오후 이곳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나들이객과 자전거를 타러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를 매만졌고, 자전거 동호인들은 음료수를 나눠먹기도 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대신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 한강에 왔다는 김모씨는 “날씨도 좋은데 답답해서 집 안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이 칭얼거려 가볍게 나들이를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의 자녀는 자꾸 마스크를 벗어 이를 다시 씌우느라 분주했다. 그는 “감염 걱정은 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나는 마당에 (한강에 나들이) 나온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자전거 동호인들도 많았다. 동호인들에게는 4월부터 6월까지가 라이딩 성수기로 꼽힌다. 추운 겨울 시즌을 지나 날씨가 선선해지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사이인 봄 시즌을 최적의 시기로 친다.
이날 한강 자전거도로도 형형색색의 사이클복을 입은 동호인들로 찼다. 특히 젊은층의 동호인들 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라이딩을 즐겼다.
한 동호인은 “지금이 (자전거를 타기) 딱 좋은 때 아니냐”며 “어차피 자전거 위에 있는거라 마스크는 필요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물통에 담긴 물을 다른 이의 물통에 나눠 담는 동호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아미노산을 탄 음료”라며 “지쳐서 나눠먹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산 이온음료를 함께 나눠먹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 시기와 맞물린 지난 3월 마지막주인 23~29일 한 주 동안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은 약 143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1만9000여명에 비해 오히려 28%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강사업본부관계자는 “3월에는 대학 개강 연기 등으로 대학생 나들이객이 늘어난 것을 이용객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주 통계가 나오면 정확한 방문객 숫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월보다는 이용객 수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활동이 클럽이나 PC방 등 밀폐된 공간보다 비교적 코로나19 위험성이 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2m 이상의 거리 두기는 지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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