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재판을 마치고 27일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전씨와 그의 부인 이순자씨를 태운 차량은 이날 오후 9시14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 도착했다. 재판을 마친지 약 4시간, 집을 떠난지 약 13시간 만이다.
검은색 SUV차량에서 내린 전씨는 ‘시민들께 하실 말씀 없나’ ‘범죄혐의 인정 안하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곧장 자택 안으로 향했다.
자택 앞에는 전씨가 도착하기 전부터 2개 중대 경찰 인력이 배치됐고 취재진 20여명이 전씨를 기다렸다. 전씨의 지지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오전과 달리 전씨의 자택 앞은 조용했다.
전씨는 2017년 자서전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린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오전 8시20분쯤 자택을 나왔다.
오전 7시쯤부터 전씨의 자택 앞은 경찰을 비롯해 취재진과 유튜버, 전씨의 지지자로 가득 찼다. 5·18농성단은 ‘5·18 발포 명령자 전두환 재수사’ ‘5·18 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 등 피켓을 들고 ‘전두환 구속 재판, 재산 환수하라’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광주에서 열린 전씨의 공판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지난해 3월11일 재판에 출석한 이후 13개월 만에 법정에 섰지만 전씨는 ‘헬기사격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재차 부인했다.
재판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을 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러한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헬기 사격수인 중위나 대위가…, 난 그 사람들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씨는 재판 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3시간20분가량 진행됐고 오후 5시20분 재판이 종료된 직후 차량을 타고 광주를 떠났다.
지난 1년여간 전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골프를 치거나 오찬 회동을 즐기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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