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푸념을 하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가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개학이 장기간 미뤄지면서 이른바 ‘학종 격차’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세특’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준말이다. 과목별 수업 태도를 정성평가하는 교과 세특과 교내활동을 통해 평가하는 개인별 세특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된다. 세특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부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이나 수행평가 과정 및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 세특을 기재하도록 했다. 문제는 쌍방향 수업을 하는 고교가 많지 않고, 학교마다 원격수업 형식이 제각각이이어서 세특 기재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학교 따라 원격수업 기간 세특 편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돼 텅 빈 대구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대구=뉴시스
서울 A고는 대부분 과목을 영상 시청이나 과제 제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원격수업 선도학교라서 타 학교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경기 B고는 학종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과목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1학기 세특을 잘 갖춘 우리 학생들이 입시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A고 학생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등교 개학 이후에 3학년 1학기 세특 관련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세특을 어느 정도 채운 B고 학생과 기재 내용의 양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 간 격차뿐 아니라 ‘고3 현역’ 과 ‘재수생’ 간 형평성도 문제다. 재수생은 주로 정시모집에 집중하긴 하지만 학종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학기가 빼곡히 써진 재수생의 학생부와 고3 1학기가 빈약한 재학생의 학생부가 같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지방 C 대학 입시담당자는 “고3 재학생들의 학생부 평가 기준을 달리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재수생 역차별이 될 수 있어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종 격차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부 기록은 해당 학기가 지나가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고1과 고2도 부족한 학생부를 메꾸기 어렵다. 현재 고1이 만약 재수를 하게 된다면 고교 시절 코로나19를 겪지 않은 후배들보다 빈약한 학생부로 경쟁을 해야 한다.
●3학년 1학기 평가 비중 줄고, 교과 세특 비중 높아질 듯
동아일보DB 일부 학부모는 한시적으로 ‘올 1학기 학종 학생부 평가는 등교 개학 이후 것만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학종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달리 학년별 반영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격수업도 정규수업으로 인정했는데 그 기간 평가를 부정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3학년 1학기 평가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D대 관계자는 “원격수업 기간 중 세특 편차가 큰 게 사실이고, 창의적 체험활동 등 비교과 활동도 원천 봉쇄된 상황인 만큼 1, 2학년 내용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종에서 한시적으로 교과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도 주장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학종에서 교과와 비교과를 각각 얼마나 반영할지는 이미 각 대학이 공지한 것이라 변경할 수 없다. 다만 비교과 중에서도 교과 관련 세특이 평소보다 비중 있게 평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 E대 관계자는 “올해는 교과 세특 기재도 의무화됐고 다른 비교과 활동이 어려웠던 만큼 교과 세특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나서서 학종 편차를 줄일 수 있도록 대학과 평가 방법을 논의하라는 요구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올해는 교과 세특 기재가 의무화된 만큼 학종 편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개 시도교육감들과 영상회의로 등교수업 시기와 방법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5월에 고3과 중3부터 등교 개학을 하더라도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1주일에 원격수업을 1~3회 하는 방안, 등교수업일이라도 코로나19가 걱정되는 학생은 원격수업으로 출석을 인정받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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