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가정에서 초등학생 자매가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개학이 계속 미뤄지면서 초중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행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9일 고3과 중3부터 시작해 20일 초중고교 전학년이 완료했습니다. 상훈이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한창 수업을 진행 중입니다.
상훈: 원격수업을 해보니 제대로 된 공부 습관을 세우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려질 것 같아요.
엄마: 그래. 원격수업을 하다 보면 수강이나 과제가 미뤄지는 등 어려움도 생길 수 있지.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수학은 특히 습관이 중요하단다.
상훈: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엄마: 몇 가지 제안을 할 테니 잘 듣고 실천해 보렴.
○두 가지 사고방식
신경과학에서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합니다. 미국 오클랜드대의 바버라 오클리 교수는 이를 ‘집중모드’와 ‘분산모드’로 구분했습니다.
집중모드는 순차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미리 체득한 곱셈법으로 더 어려운 곱셈을 하거나 방정식 풀이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입니다. 집중모드를 활용하면 이미 익숙해진 수학적 패턴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 속에 자리 잡은 개념이나 해법이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를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수학에서는 문제의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훨씬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사고방식이 분산모드입니다. 집중하지 않고 있던 부분을 점검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그림1과 같이 직각삼각형 두 개로 정사각형을 만든다고 합시다. 우리는 손쉽게 삼각형 두 개를 활용해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때 삼각형 네 개로 정사각형을 만들라고 하면 어떨까요? 가운데 그림처럼 이미 만든 정사각형 2개를 합쳐 직사각형을 만들려는 생각만 떠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사고방식이 이미 발현 중인 집중모드를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산모드를 활용하면 오른쪽 그림처럼 삼각형을 새롭게 배치해 더 큰 정사각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속 ‘분산모드’ 공부법
온라인 수업 시행에 따라 동영상 시청이 늘긴 했지만 그만큼 스스로 공부해야 할 시간도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수학을 혼자 공부할 때 앞서 설명한 분산모드 사고방식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공부에 앞서 수학의 개념을 소개하는 장 전체를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과서 중 표, 사진, 제목, 요약 내용 등도 살펴봅니다. 실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의 펌프를 가동하는 거죠.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습관이 신경의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줘 창의적 사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 수강이나 과제를 미루는 습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강의를 지나치게 몰아서 들으면 분산모드로 사고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과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할 경우에는 오랜 시간 집중모드로 보내게 됩니다. 수업을 조금씩 짧게라도 자주 들으며 스스로 연습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사고방식의 조화
완벽한 학습을 위해서는 집중모드와 분산모드 간의 적절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선 집중모드를 잘 활용하려면 공부에 깊이 전념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중적으로 사고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에너지는 한정돼 있습니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다른 유형의 일로 전환해 집중모드 사고방식에 휴식을 줘야 하죠.
장기간 집중모드로 시간을 보내면 정신적으로 계속 운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분산모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집중모드에서 분산모드로의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휴식을 조금만 취하면 됩니다. 산책을 하거나 운동, 수면, 음악 청취 등의 방식으로 뇌가 쉴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학습방법이 25분 학습법입니다. 휴대전화, 인터넷 등을 모두 차단하고 시계를 맞춘 후 25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공부가 끝난 뒤에는 2∼5분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25분 학습을 하루에 최소한 세 번 이상 반복하면 좋은 공부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학습 속도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들 중에는 선행학습을 많이 한 친구들을 보며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뒤처져 있다고 걱정하는 거죠. 그럴수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천천히 공부하는 학생은 빠르게 사고하는 친구보다 더 깊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수강하려는 욕심을 버리면 자신의 수학적 사고를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혼자만의 공부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등교 개학은 늦춰졌지만 이 기회를 활용해 나만의 수학 공부법을 익혀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수학을 즐기면서 잘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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