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칼럼으로 본 세상]코로나 리쇼어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은 며칠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간 마스크를 확보하느라 뛰어다니며 느낀 소회였다. 이어 ㉠“우리나라에 공장이 100여 개 있어서 마스크도 이 정도로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가적 위기 때 제조업 기반이 국내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절감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포드, GM 등 자동차기업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강제하려고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야 했다. 설계·개발 기술이 넘쳐나도 정작 제품을 생산할 공장이 미국 땅 안에 없었던 것이다. 먼저 위기를 넘어선 중국 인공호흡기 업체들은 각국에서 쏟아지는 주문에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리쇼어링(reshoring)’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됐다. 낮은 비용, 넓은 시장을 찾아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로 떠났던 기업이 모국에 복귀하는 게 리쇼어링이다. 한국에선 ‘기업유턴’이란 말을 같은 뜻으로 써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법인에게 부과하는 세금)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일본 아베 정부도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와 입지규제 완화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생산시설을 해외로 내보낸 선진국들은 제조설비를 특정국에 몰아둘 때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시장 금언(삶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짤막한 어구)이 국제 산업체계에서도 작동하는 셈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발 팬데믹은 20년 이상 지탱해온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8일 “‘안전한 한국’을 부각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리쇼어링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경쟁국들이 만만찮다. 미국은 리쇼어링을 ‘안보 사안’으로 인식해 밀어붙일 태세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국도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들이 인하 경쟁을 벌일 때 드물게 법인세 최고세율을 27.5%까지 높인 나라다. 3년간 32.8% 올린 최저임금 탓에 인건비 경쟁력도 낮다.

“나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이 되길 원한다. 기업들이 떠나는 걸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말했듯 리쇼어링의 본질은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 확보’다. 한국이 이번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까.

동아일보 4월 21일자 박중현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다음 중 본문을 읽고 보일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미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기업들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강제하고 있구나.

② 생산시설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매우 위험한 일이야.

③ 미국은 선진국들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일 때도 법인세를 높였구나.

2. ㉠에서 ‘숨통’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활용됐는지 유추한 뒤 문장 ㉠과 같은 의미를 가진 보기를 고르세요.

① 우리나라에 공장이 100여 개 있어서 오래 써도 답답하지 않은 마스크를 만들 수 있었다.

② 우리나라에 공장이 100여 개 있어서 국내 마스크 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
#코로나19#리쇼어링#기업유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