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최적지로 춘천을 내세웠다. 수도권과의 접근성, 지반 안전성, 뛰어난 정주 환경, 인접 지역의 의료·바이오산업과 연계 발전 가능성 등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모든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춘천의 예정 부지는 남산면 광판리(光坂里) 남춘천산업단지다. 광판리는 ‘빛의 언덕’이란 뜻을 갖고 있다. ○ 121만 m² 부지에 ‘가속기 혁신도시’ 청사진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해 춘천의 가장 큰 강점은 서울에서 40분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의 뛰어난 접근성이다. 춘천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예정 부지는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 나들목에서 3분 거리에 있다. 이 밖에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ITX청춘열차와 전철 등 편리한 광역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방사광가속기가 산업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춘천은 산업체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가장 강력한 후보지다. 강원도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기준으로 국내 방사광가속기 연구자의 지역 분포를 살펴본 결과 전체 이용자의 51.9%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춘천시는 부지 제공에서도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본 면적 26만 m²의 2배에 이르는 52만 m²의 부지를 제공하고, 가속기 혁신 생태계를 지원하는 시설 구축을 위해 69만2000m²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총 121만2000m² 부지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장치동을 포함하는 ‘춘천 방사광가속기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셈이다. 혁신도시에는 강원대 방사광가속기 캠퍼스를 구축해 가속기과학과와 특수대학원, 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 방사광가속기 연구 지원 인프라와 종사자 가족들의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의 도시 인프라도 구축한다.
춘천의 생활·복지·자연 환경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방사광가속기 구축 시 정주할 종사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다. 춘천은 강원 지역의 문화·교육·의료 기능의 중심지며 주택보급률은 127.4%로 전국의 103%보다 훨씬 높다.
○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진 태풍 안전지대
방사광가속기가 초정밀 연구시설이라는 점에서 부지의 안전성 역시 중요하다. 춘천은 이 점에서도 가장 앞서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춘천시는 국내에서 발표된 주요 활성단층에 포함되지 않았고, 1978년 기상청 관측 이후 리히터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30여 년 동안 발생한 전국 1800여 건의 지진 가운데 45%가 경북, 경남, 전남 등 원자력발전소 반경 100km 안에서 발생했다. 춘천시는 지진 발생에 따른 블랙아웃 또는 원전 관련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또 춘천은 태풍 등 자연재해의 안전지대로도 손꼽힌다. 하절기 발생하는 태풍의 주요 이동경로에서 벗어나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태풍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춘천은 홍천 메디컬연구단지, 원주 의료기기산업, 강원대 캠퍼스혁신파크와 연계된 산학 자원 활용 면에서도 이미 뛰어난 연구 자원을 확보했다. 춘천시는 여기에다 신소재, 신기술 산업체 지원체제를 구축해 국가 신기술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강원대 캠퍼스혁신파크는 지난해 1단계 공사를 시작했고, 2026년부터 2단계 공사에 들어간다. 춘천시는 1단계 공사를 통해 가속기 관련 기업의 입주시설과 창업 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이들 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 “이번에는 꼭” 유치 열기 최고조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방사광가속기 유치위원회’를 구성한 뒤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시·도의회,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 출향 도민들까지 힘을 모아 유치전의 막판 스퍼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는 심사 기준에서 ‘입지 조건’에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돼 이 점에서 춘천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기에다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각종 규제가 지역 발전을 막아온 만큼 이번만큼은 강원도에 유치해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도민의 유치 열기도 뜨겁다. 28일 강원도의회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춘천 구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평화 한반도 시대에 대비해 수도권 접근 편의성 및 발전 가능성을 갖춘 춘천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29일에는 강원도민회 및 춘천시민회 중앙회가 춘천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한다. 이들은 “그동안 춘천이 국방과 환경 등의 각종 규제로 지역 발전이 저해됐다”며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계기로 국가 균형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최정집 강원도 첨단산업국장은 “정부가 제시한 평가 기준을 감안하면 춘천은 경쟁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며 “춘천이 최적지”라고 밝혔다.
▼ “춘천이 최적의 입지 조건과 필요성 갖춰 충분히 승산 있어”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심사가 이뤄진다면 결국 춘천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를 것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춘천이 최적의 입지 조건과 유치 필요성을 갖춘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치 진행 상황은….
“춘천시와 강원도는 춘천이 친환경적 정주 여건과 수도권 산업체 연구 수요에 적합하다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서 지난해 유치를 선언하고 열심히 추진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모 일정이 예상외로 빨라졌지만 내실 있게 유치 준비를 했다.”
―왜 춘천에 유치해야 하나.
“부지 주요 평가 항목을 보면 입지 조건이 50점으로 점수가 높은데 이 점에서 춘천이 상당히 유리하다. 기본 요건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항목은 각각 25점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방사광가속기 이용자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다. 춘천의 예정 부지는 서울과 40분대 거리로 출퇴근이 가능해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다. 더욱이 2026년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영동권과의 한층 향상된 접근성이 기대된다. 지형적인 안전성도 뛰어나고 자연재해 우려도 적은 곳이다.”
―정치적 입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응책이 있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정치·사회적 이슈로 춘천보다 여론에 부각된 측면이 있다. 특히 지난 총선과 맞물리면서 유치전이 과열되기도 했다. 다른 경쟁지역에서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표를 몰았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국책사업에 정치 논리를 개입시켜선 안 되고,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심사가 더욱 엄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와의 공조는 원활한가.
“역할 분담을 통해 공조가 잘 진행되고 있다. 춘천시는 유치계획서에 포함된 지질조사, 전력수급계획, 주민설명회 등 기본적인 자료 부분을 맡고, 강원도는 언론 홍보 및 대응, 지지 성명, 포럼 등 대외적인 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또 춘천시는 부지 및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강원도는 산업계 전용 빔라인 추가 건설, 지원 시설 구축, 가속기 연구 및 산업기술 혁신 부분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사광가속기 유치 시 춘천의 미래상은….
“통일 한국의 중심축이 될 춘천에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 ‘평화 한반도 시대 신혁신 패러다임’ 조성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도약과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된 춘천은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신기술 산업지도의 중심지로서 통일 이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다. 춘천만큼 확장성이 무한한 곳이 없다. 기본 부지 면적보다 2배 넓은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통일시대 우리나라 기초과학 전초기지를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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