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7일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에서 A 씨(70·여)와 B 군(12)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시어머니와 조카가 보이지 않는다”는 A 씨 며느리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 씨의 자택 안에서 인기척이 없자 경찰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장롱에서 시신을 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 상태를 볼 때 두 사람은 약 두 달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을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 강제로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경찰은 피해자들과 안면이 있는 이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연락이 끊긴 B 군 아버지(41)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손자인 B 군은 부모가 이혼한 뒤 줄곧 A 씨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쯤 43m²(약 13평) 남짓한 이 주택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B 군은 인근 초등학교에 다녔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하지 않았다.
16일 온라인 개학한 이 학교는 최근 “B 군이 온라인 출석을 하지 않는다”고 동작구 공무원 등 에게 알렸다. 이들은 A 씨의 집을 방문했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하자 인근에 사는 A 씨 며느리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다세대주택 주변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은 “할머니가 끔찍이도 손자를 아끼고 사랑했다”고 했다. 한 이웃은 “둘이서 볕이 좋을 땐 마당에 빨래도 같이 널곤 했다. 요새 통 안 보이기에 코로나19 때문인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주민은 “B 군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었다. 할머니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감을 사다 준 게 떠오른다”며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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