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감염 가능성 44%…방역 사각지대 전수검사 해법될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9일 09시 47분


코멘트

중국 연구진 "증상 발현 전 44% 2차 감염" 연구
방역당국 "무증상 30%…증상 전 바이러스양 多"
지역사회 전파 막으려면…"접촉자 90% 이상 조사"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장 "유증상 중심 방역 한계"
대구 고위험 집단시설서 전수검사로 322명 확진
정부, 노숙인·미등록외국인 등 방역 사각지대 강조

방역당국이 해외 연구결과를 근거로 증상 발현 전에도 40% 이상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항체 형성을 통한 집단 면역보다 신속한 접촉자 추적조사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대구 지역 요양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 전수 검사에서 322명의 확진 환자를 파악하고 수도권 46개 요양병원 표본검사에 돌입한 당국은 노숙인과 미등록 외국인 등 방역 사각지대로 검사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2차감염 44%, 초발환자 증상 발현 전 접촉” 中 연구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28일 “사실상 한사람의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그 사람이 전파시킬 수 있는 전체 감염자의 40% 이상을 발생시킨다고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에 있어서도 전체 환자 중에 무증상 비율이 30%가 넘게 나타난 점들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바이러스가 배출된다는 점, 더 두려운 것은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마치 겉으로 볼 때는 건강해 보일 때 그 순간에 배출되는 바이러스양이 가장 많다는 것”이라고 국내 상황과 해외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도리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일주일이 지나면 그 증상은 더 악화되더라도 배출되는 바이러스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점이 코로나19가 언제든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면 확진 당시 무증상 환자 비율은 서울 구로 콜센터 약 8.2%, 의정부성모병원 약 30%, 경북 예천군 지역사회 감염 약 36% 등이었다. 이는 적극적인 추적 조사와 일제 검사 등으로 환자가 조기 발견된 영향으로 보이지만 무증상 시기 전염력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권 부본부장이 언급한 연구 결과는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도 NIH 누리집 블로그를 통해 제시한 바 있는 중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지난 15일 실린 논문(‘Temporal dynamics in viral shedding and transmissibility of COVID-19’)에 따르면 연구진은 중국 본토 내외에서 사람간 전염 시기가 확인된 77쌍의 감염 시기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44%는 초발 환자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presymptomatic)에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사람 간 전파가 발생한 77건 중 44%의 2차 감염 환자는 1차 감염 환자의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에 접촉했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환자 목에서 검체를 채취한 면봉을 통해 감염력을 조사했더니 증상이 나타나기 평균 2.3일 전부터 시작돼 증상 발생 직전인 0.7일 전 정점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감염력은 증상 발현 일주일이 안에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항체로 집단면역?…방역당국 “접촉자, 90% 이상 조사해야”

문제는 겉으로 증상을 알 수 없는 환자로부터 어떻게 2차 감염, 나아가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느냐다.

스웨덴·영국·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집단 면역을 방어전략으로 선택했다. 고령자나 환자 등을 제외한 건강한 사람들이 일정 비율 이상 면역력을 갖게 되면 바이러스가 옮겨다닐 숙주를 찾지 못해 집단 전체에 면역 효과가 생길 거란 전략이다.

하지만 스웨덴이 인근 국가들보다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등 아직 집단 면역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없다.

방역당국은 항체의 정도를 나타내는 항체 가(價)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역사회의 항체가 조사를 통해서 면역도 조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높은 항체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설령 항체가가 높게 나온다고 해도 이를 집단 면역이 형성돼서 방어력이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 전파 차단의 해법으로 방역당국은 신속한 접촉자 조사와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 등을 꼽았다.

권 부본부장은 “통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 바로 검사나 추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2~3일 이상 소요된다”며 “한 사람의 코로나19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이후 발견이 되면 추적조사를 해 긴밀한 접촉자의 90% 이상을 찾아내 완벽하게 차단해야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전파되는 코로나19를 관리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을 한다”고 했다.

◇“유증상자 중심 검사 어려움 겪을 것”…방역 사각지대 관리 확대

결국 적극적인 추적 조사를 통해 밀접 접촉자 대부분을 빠른 시간내 찾아내야 하다는 결론이다. 나아가 무증상 전파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유증상자 중심의 추적 조사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된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NIH 원장도 중국 연구진 등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연구자들은 증상자만 진단 검사를 하고 접촉을 추적해 격리하는 전통적인 방지 전략이 코로나19를 따라잡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증상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이른바 ‘방역 사각지대’ 발굴 및 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이미 이러한 방역 사각지대 내 확진자를 발견한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대구 지역에서 요양병원, 생활시설 등 고위험 집단시설 394개소(요양병원 67개소, 노인시설 258개소, 장애인시설 51개소, 노숙인·정신·결핵 관련 시설 18개소)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종사자 1만3215명, 생활인 1만159명, 입원환자 1만236명 등 3만3610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25일 오후 9시 기준으로 3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75명은 다수 확진 환자가 동시 발생한 시설 내 대상자로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재검사를 실시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중대본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시설·병원을 대상으로 주 2회 주기적으로 재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16개, 경기 30개 등 총 46개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종사자, 간병인, 최근 2주 내 입원환자, 이미 입원한 환자 중 유증상 환자 등을 10명 단위로 추려 표본검사를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방역 사각지대’를 최근 들어 매일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중대본 회의에서 “험이 커지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기 경보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 취약 부분을 대상으로 수시 샘플링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중대본도 미등록 외국인과 노숙인, 쪽방 거주민, 특정 종교시설 등을 방역 사각지대로 보고 각 중앙부처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외국인 노동자 또는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사례 등을 참고해 언제든 폭발적인 발생이 일어날 때 증폭 집단으로 역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감염병예방법에서 같은 적용을 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렸다”며 “언어 장벽이나 접근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의 홍보 등을 통해 검사 안내,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취해야 할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