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도 중·고교 3학년과 함께 등교 개학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돌봄 문제 해결도 시급하지만 감염병 관리의 측면만 놓고 보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서울 강서구 등원초등학교 돌봄교실 수업 현장을 찾아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개학이 가장 시급하고 중학교 3학년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교육감들 다수의 의견은 돌봄 문제가 겹쳐 있는 초등학교 1~2학년도 우선적으로 개학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돌봄교실을 둘러보고서 “이건 거의 꽉 찼다”며 “돌봄교실 이용자가 확실히 늘어나긴 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을 하면서 수업도 해야하는 교사의 부담이 두배가 된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전국 시·도 교육감과 ‘신학기 개학준비 추진단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등교 개학의 시기와 방법 등을 두고 시·도 교육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들은 이 자리에서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돌봄과 수업 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교·강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을 등교 개학의 우선적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 개학이 계속 늦춰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나 학생이 집에서 혼자 원격수업을 들을 상황이 되지 않는 저소득·조손·한부모 가정 등에서 긴급돌봄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사실상 등교 개학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서울 초등학생은 2만2199명이나 된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9071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해 약 1개월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다만 방역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우선적으로 등교 개학에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초등학교의 경우 부모들이 돌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등교 개학) 이야기가 나온다”며 “만약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학교 문을 연다고 하면 여러 가지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여러 활동을 하고 수업을 받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큰 문제지만, 감염병 관리 측면에서 보면 지금 시점에서 초등학교 등교 개학 논의는 시기상조다”고 덧붙였다.
경북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박지혁 동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뉴스1에 “초등학교에서의 등교 개학 여부는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 교수와 박 교수는 이날 유 부총리와 함께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유 부총리와 ‘코로나19 관련 등교수업 준비 상황 점검 및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학교 현장의 방역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방역대책본부부본부장),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이사) 등 다른 방역 전문가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등교 개학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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