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지휘차 등 장비 27대와 인력 64여명을 현장에 투입했으며 화재 진압 후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2020.4.29/뉴스1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하는 등 4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앞서 참사로 이어진 다른 대형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값싼 ‘스티로폼 패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폐쇄된 지하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한 곳에 모여 작업하던 근로자들 대다수가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대형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스티로폼 패널, 우레탄 등 가연성 물질에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피해는 더욱 커졌다.
최근 10년 사이 잇따라 터져 다수의 사망자를 낸 재난형 화재 때와 판박이 참사다.
사망자 40명을 낸 2008년 1월7일 이천 호법면 유산리 물류창고, 같은 해 12월5일 사망자 7명을 낸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물류창고 화재 때도 마찬가지다. 불이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에 옮겨붙으면서 유독가스를 배출해 인명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월10일 14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시 도심형생활주택 화재도 ‘스티로폼 단열재 드라이비트 외장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당시 1층에 세워진 오토바이 키박스에서 난 작은 불씨가 건물 외벽 스티로폼으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졌다.
2017년 12월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도 마찬가지다. 1층 주차장 배관열선 설치작업 중 튄 불꽃이 천장에 설치된 스티로폼으로 튀면서 불이 났고 건물 외벽 가연성 외장재인 드라이비트(스티로폼 단열재에 석고나 페인트를 덧바른 건물 외장재)를 타고 9층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2018년 1월26일 46명의 사망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또한 스티로폼 단열재가 원인이었다. 병원 천장에 설치된 스티로폼이 불에 타면서 유독성 연기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화재참사에 불구하고 건물주들이 샌드위치 패널과 스티로폼 단열재를 쓴 이유는 값싸고 빨리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증축을 일삼으면서 소방안전은 소홀히 했던 탓도 크다.
이들 참사의 대부분이 전형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화재참사를 겪고도 뒷짐만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안’을 내고 ‘제천 스포츠센터·밀양 요양병원’ 화재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범정부 화재안전특별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55만4000여개 건축물을 대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진행했다고 언론에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12년 전부터 이어진 대형화재와 판박이 참사가 일어났다. 정부의 화재안전 특별대책안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제진수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런 화재가 계속 반복 이유는 안전에 투자를 안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면서 “이익이 산출안되니까 소유주는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을 꺼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쓴소리했다.
제 교수는 “안전 지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 이것이 소위 말하는 안전불감증의 실체다. 안전을 안 지킬때 패널티를 크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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